권모(55)씨는 2000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했다. 건강함이 최고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했던 권씨는 자신이 가진 건강을 아픈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권씨는 3년 뒤인 2003년 국립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자신의 간도 기증했다. 두번째 기증은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말기 환자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결심에 또다시 선행을 베풀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부터 입안이 헐고 피곤함을 느꼈다. 권씨는 장기이식을 한 병원에 검진을 문의했고, 병원에서는 검사비를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이유는 장기를 이식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병원측의 이같은 설명에 권씨는 할 말을 잃었다.
“민간단체인 장기기증본부에서는 매년 무료검진을 해주고 있는데 정부기관에서 이럴 수 있나요? 그리고 장기 기증후 1년까지만 검진을 해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부당함을 느낀 권씨는 보건복지부에 질의했다. 복지부의 답변은 권씨를 더욱 상처받게 했다.
복지부는 장기기증을 권장하는 주요 대상은 뇌사자라며, 생존시 기증자는 기증을 권장하지 않고 특별한 지원제도도 없다고 밝혀온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생존시 장기기증자'들은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권씨와 같이 대전지역에서 생존시 제3자에게 장기기증을 해준 기증자는 현재까지 80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민간단체인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이 이뤄져 그동안 무료검진 등의 보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장기기증자 연결을 정부기관인 국립장기기증센터로 단일화 한 이후 권씨처럼 이렇다할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가 '장기등 이식에 관한법률시행규칙'개정으로 생존시 기증자나 친족이 아닌 제3자에게 기증을 하는 장기기증자에게 최소한의 보호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가기관을 통해 기증한 경우 진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1년으로, 민관기관을 통한 기증 10년보다 보호기간이 짧다.
1년이 지나면 장기 기증에 따른 건강상에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기증자 본인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줄곧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요지부동이다. 권씨는 “순수 기증자들의 기증을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관계자는 “생존시 기증자들은 순수하게 아픈 환자들의 어려움을 생각해 생명을 나누고자 하는 활동인데 본인이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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