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군고구마 - 한겨울의 진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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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군고구마 - 한겨울의 진미①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11-27 14:10
  • 신문게재 2012-11-28 21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이제 한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절기상으로 소설을 지나 대설로 치닫고 있다. 이때쯤이면 추억을 자극하는 내음이 코끝을 스쳐간다. 다름 아닌 군고구마 내음이다. 구수하기 이를 데 없다. 쌀쌀한 바람을 타고 스며드는 냉기와 언 손을 녹이는 데도 그만이다. 뜨거운 군고구마를 언 손에 들고 호호 부는 입김과 섞이면서 허공으로 흩어지는 군고구마에서 무럭무럭 피어나는 뜨거운 김은 차가운 마음까지도 덥히는 힘이 있다.

요즈음은 길거리에서 드럼통에 구멍을 뚫어 만든 고구마구이통을 가지고 구우면서 길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광경은 도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한겨울 부엌에서 아궁이 짚불이나 장작불에 고구마를 묻어 굽거나 화로에 짚불이나 장작불을 꼭꼭 눌러 담아 놓고 그곳에 고구마를 묻어 구워먹었다. 아궁이나 화롯불에 구운 군고구마의 맛은 그 어디에도 비길 데가 없었다. 거기에 잘 익은 동치미와 동치미국물을 같이 하면 한겨울의 진미 그 자체였다.

아궁이에서 고구마를 구울 때는 조심해서 구워야 했다. 고구마를 묻어 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꺼내보면 너무 타서 못 먹고 아까운 고구마만 태워버리는 일도 간혹 있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고구마를 감자라고 하고, 감자를 보리감자라고도 했는데, 감자를 고구마처럼 구워먹기도 하였다. 군고구마를 먹다보면 누구나 고구마검정을 손가락이나 손바닥, 손등은 물론이고 입술 주변이나 볼, 코 등 얼굴의 주요 부분이 마치 피에로처럼 변해 버리고 서로를 가리키며 박장대소를 하곤 하였다. 고구마 검정을 서로의 얼굴에 더 묻히려고 애쓰면서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고구마를 위하여 집집마다 고구마 통가리(볏짚 등으로 엮어 둘러치고 그 안에 곡식이나 먹을거리를 채워 넣어 놓는 더미)를 만들어 저장하였다. 땅을 파고 저장하기도 하였으나 윗방의 윗목 구석에 고구마 통가리를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고구마를 꺼내 먹곤 하였다. 한 때 극성했던 쥐도 고구마를 쏠아 먹기까지 하였다. 군고구마뿐만 아니라 날고구마를 깎아 먹던 기억 또한 새롭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황식품이라 하여 배고픔을 이기려고 밥 대신 먹었던 고구마가 요즈음은 건강식품이라 하여 고구마가 매우 귀해졌다하니 세월의 변화를 느낄 만하다. 고구마뿐만 아니라 고구마줄기도 잘 다듬어서 나물로 먹었으며 고구마 잎은 토끼먹이로 그만이었다. 오늘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고구마를 구워먹으면서 옛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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