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설탕은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체내에 바로 흡수되어 빠른 속도로 인체의 활력을 일으켜 주기 때문에 피로회복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설탕의 단맛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설탕의 섭취에 따르는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도 의외로 많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 등이 제거되기 때문에 인체의 신진대사와 원활한 생리작용에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에서부터 면역력을 감소시킨다든지 충치에 나쁘다는 것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열량 섭취로 인해 비만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에 직, 간접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심지어 설탕을 만병의 근원이라고까지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병의 근원이라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설탕을 즐겨 먹는다. 설탕의 단맛을 그 누가 쉽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나 또한 그 많은 사람들 속에 포함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아울러 단맛을 싫어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단맛을 싫어하지만, 단맛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맛 그 자체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즉, 나는 '제맛'으로서의 단맛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맛을 괴롭히는 '잡맛'으로서의 단맛을 싫어하는 것이다. 사탕은 달아야 '제맛'이다. 달지 않으면 사탕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떡은 구수한 떡맛이 나야 한다. 떡이 '제맛'이 아니고 사탕맛을 내면 안되는 것이다. 사탕이나 떡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제맛'으로 살아야지 '잡맛'으로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단맛을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며칠 전 아침의 일이다. 출근시간이 촉박하여 밥 대신 떡을 먹었다. 말이 떡이지 구수한 떡맛은 거의 없고 혀를 녹일 정도로 단맛이 강했다. 떡이 아니라 사탕인가 싶었다. 그렇다고 사탕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닌 참으로 개떡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떡 만드는 사람들이 좋은 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좋은 재료를 쓰지 않은 떡이 구수한 제맛을 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값싼 설탕을 듬뿍 넣어 강한 단맛으로 잔꾀를 부리는 것이다. 얄팍한 상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설탕 소비량이 26㎏이라고 한다. 1인당 쌀 소비량 74㎏에 비추어 보면, 밥 세 사발을 먹는 동안 설탕을 한 사발이나 먹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음식점에서 내놓는 음식 중에 단맛이 나지 않는 것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가히 단맛에 홀린 세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음식점에서 부실한 재료를 쓰거나 제맛을 내기 위해 정성을 다하지 않는 것을 모면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니길 빌고 빈다. 더 늦기 전에 과도한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한 국민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한다. 육체의 건강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정신의 문제다. 달콤한 설탕의 유혹이 세상 인심을 '제맛'보다 '잡맛'에 물들게 한 것은 아닌지, 쉽고 편한 길만 따르거나 술수를 부리면서까지 세상을 기만하려는 풍조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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