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단상] 새 대통령께! 미리 쓰는 편지

[객원기자 단상] 새 대통령께! 미리 쓰는 편지

  • 승인 2012-11-25 13:57
  • 신문게재 2012-11-26 9면
  • 홍경석 객원기자홍경석 객원기자
12월 19일 선거에서 당선될 제18대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54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무지렁이입니다. 많이 배운 건 없으나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과 방송뉴스를 살피고 저와 같이 없이 사는 서민과 빈민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왔다고 자부합니다.

새 대통령께선 내년부터의 집권을 앞두고 이른바 집권플랜을 만들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는 바를 가감 없이 기술코자 합니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빈민과 의지할 데 없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에 대한 국가적 시혜(施惠)의 폭이 지금보다 한층 넓어지길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론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한층 완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두 아이를 대학까지 가르치느라 박봉으로써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비교적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를 나왔음에도 그랬으니 사립대학이었다면 저는 분명 중도에 두 손을 들고 말았을 겁니다.

이어 만연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소멸되게 해 주십시오. 매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가 계속 하위권을 맴도는 이유는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공직자들을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하는 미봉책이 한 원인이라고 보는 터입니다. 진부한 주장이겠지만 공직자는 월급만으로 살아야 옳습니다. 또한 자신이 정정당당해야 그 어떤 유혹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마지막으론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의 도출을 바랍니다. 제가 무능한 탓이겠지만 하여간 저는 이 나이를 먹도록 여태 내 집 장만을 못 했네요. 지금도 여전히 남의 집에서 전세를 사는데 이마저도 작년에 이르러서야 비로로 월세에서 치환(置換)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너무나 힘들었다는 '이실직고'는 구태여 사족이라 하겠습니다.

새 대통령께선 앞으로 불철주야 국정운영에 임하느라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루리라 믿습니다. 그렇지만 만기친람(萬機親覽)을 하실 순 없는 것이니만치 보다 유능한 장관과 내각, 그리고 국정운영팀을 만들어 “지난 정권보다 분명 현저하게 정치를 잘 한다”는 국민적 칭찬의 평가를 받으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홍경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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