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도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소 연구원 |
하지만 겨울을 앞두고 있는 지금 또다시 걱정이다. 원전 고장과 업체의 보증서 위조로 또 제어봉안내관의 균열로 몇기의 원전이 정지되고 정비도 연장되고 있다. 동절기 전력수급 불안 우려속에 일찌감치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국가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긴박한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냉철한 현실진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입하지만 소비수준은 세계10위다. 전력소비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4.66%로 0.92%의 프랑스나 0.5%의 이탈리아 또 0.18%의 독일보다 현저히 높다. 지금처럼 큰 부담없이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설비가 대형화되고 다변화되는 이상 계속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발전방식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해본다. 석유 생산량은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제를 짓누르는 신고유가는 계속될 것이며 더구나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돈을 내야하는 전 지구적인 합의도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것이 화력발전소 현실이다. 원전은 어떠한가?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 반핵 주장속에 국내원전의 잇단 고장정지와 불미스런 은폐와 비리문제로 말미암아 원전의 기반조차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것을 만족시키는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급하다. 태양광, 풍력 등 무한청정의 신재생에너지가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신재생에너지는 제한된 발전량과 낮은 효율, 환경 생태계 파괴와 값비싼 전기요금으로 현재의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아직은 설익은 에너지원으로 진행형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된다. 탈원전, 반핵이 키워드인 지금 원전종사자로서 고민에 빠진다. 원자력은 완전히 '아웃'되어야 하는 생산방식인가에 대해. 지금 세계각국의 원전 현주소를 보면 일본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여전히 원전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면의 칼과도 같은 원전이지만 국가 경쟁력을 위해 대부분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전력수급 위기극복을 위한 방법은 결국 세 가지로 모아졌다. 첫번째는 전기를 아껴쓰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좁은 국토에 계속 발전소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전기 자린고비가 되어야 한다. 전기설비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연구도 시급하다. 두번째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민관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동반성장을 위한 인센티브 정책도 필요하다. 세번째는 완벽한 원전운영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다. 지금 원전 현장에서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국민과 '소통'되지 않고서는 원전의 존립가치가 없음을 뼛속깊이 깨달았으며 직업윤리를 위해서 분골쇄신 중에 있다. 분명 머지않아 다시 신뢰받는 원전으로 거듭날 것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위기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지금, 이웃국가에서 전기를 수입할 수도 없는 우리는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서로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성있게 논의해야 한다. 선진국 도약도 바로 여기에 달려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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