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강좌를 말한다] 이충무 건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명품 강좌를 말한다] 이충무 건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경로당 폰팅사건' 지역 토종문화 가능성 활짝

  • 승인 2012-11-22 20:20
  • 신문게재 2012-11-23 1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대전의 재발견] Made in 대전, 소극장에서 시작되다! (이충무 건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 이충무 교수
▲ 이충무 교수
#'Made in…', 이런 꼬리표가 있다

웬만한 상품에는 이 꼬리표가 있다. 제품의 원산지는 표시하지만, 브랜드 가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술작품에도 꼬리표가 있단다. 예술작품 역시 예술가의 이름보다 'Made in Seoul'이라는 꼬리표가 지역에서 귀빈대접을 받았다. 작품의 예술성과 완성도와 무관하게 아무리 비싼 관람료라도 소위,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것만으로.

지역 문화산업계에 묘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란다. 한쪽에서는 적대감 혹은 자괴감으로 그 꼬리표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열심히 그 꼬리표가 달린 문화상품을 수입해 오느라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충무 교수는 “이런 경향 때문에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이른바 토종 문화상품의 탄생과 성공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 폰팅사건, 진짜 '사건'이 되다

'경로당 폰팅사건'은 대전의 대표 연극으로 꼽힌다. 2004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현재도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대전 토종 연극이라는 말에 걸맞게 작가, 기획, 연출, 배우, 스태프진이 모두 대전에 산다.

이 작품이 본격적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한 시점인 2008년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모두 1312회에 달하는 공연기록과 6만명이 넘은 관람객, 8억2000만원을 넘긴 매출액 등 하나하나가 대전 연극의 새로운 역사를 탄생시켰다.

연평균 정기공연 2.4회, 전국 순회공연 3.6회, 초청공연 6.4회를 기록해 거의 연중 내내 공연을 멈추지 않았다. 전국 54개 공연장에서 공연했으며, 72곳의 언론사에서 173건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단순한 숫자적 기록보다는 지역문화산업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지역 공연도 이야기가 갖는 진실의 힘과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갖게 된다면 지역적 꼬리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소극장이기에 가능했다

소극장은 소극장만이 가진 내적 에너지가 있다.

150석밖에 안 되는 작은 소극장에서 경로당 폰팅사건의 신화가 탄생하게 된 것은 '소극장' 안에서만 가능했던 이야기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대와 세대 간 깊어지는 소통의 부재를 '폰팅'이라는 이색적인 도구를 통해 세밀하게 전달하는데 소극장보다 더 효과적인 공간은 없다. 노인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깃든 서글픔과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은 망원경으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배우들과 밀착된 분위기 속에서 전달되는 인생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속에서 관객은 자신의 삶을 더 구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고, 여운은 더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어떤 사람들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해 대전의 대표적인 공연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 도시를 상징할만한 과학과 예술의 융합적 공연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결국 또 하나의 지역적 꼬리표만을 만들어내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단다.

'경로당 폰팅사건'에도 꼬리표가 붙어 있다. '대전 대표연극', '대전 토종연극', '메이드 인 대전 연극' 등이다. 이 작품이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은 건 꼬리표들이 아니라, 소극장 안에서 들려줄 수 있는 가슴 울컥한 이야기의 진실성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말한다. “소극장 주인의 꿈은 더 큰 극장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꿈이 있다면 관객들에게 더 편안하고 더 사랑받는 소극장을 갖는 것이다. 작은 것은 큰 것의 예비단계가 아니라, 작은 것 그 자체로 만족된 세계다.” <끝>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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