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독물질이 몰래 버려진다

대전의 한 의약용 화합물 제조업체가 유독성 폐수를 배출해오다 적발됐다. 이 업체가 흘려보낸 폐수에는 페놀, 시안, 구리, 6가크롬 등 무려 10가지 유독물질이 포함돼 있었다. 미량으로도 사람과 수생태계에 위해를 끼쳐 정부가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정한 특정수질유해물질이다. 오·폐수 감독 관리가 부실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환경부가 적발했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전국 폐수배출업소 6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특정수질유해물질 관리 실태를 조사했더니 조사대상의 절반인 30곳이 적발됐다. 대전 소재 업체가 배출한 유독물질은 종류 면에서 적발된 업체 중 가장 많다. 환경부는 지자체가 인허가 등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유독물질 배출을 적발할 때까지 대전지역 환경감시 당국은 뭘 했는지 답답하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유독성 폐수가 무단 방류됐고 또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환경오염의 폐해는 언제인가는 자연의 보복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물론 단속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환경부도 산업고도화로 배출공정, 오염물질 등이 복잡·다양화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자치단체에는 이를 검토할 전문적인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두둔했다. 또한 사업자들이 인허가신청서에 수질오염물질 배출 항목을 고의로 누락시키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도 감시가 느슨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적은 양으로도 발암 등 사람에게 치명적인 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하는 것까지 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낙동강 페놀 오염도 당국의 방임이 부른 사건이었다. 지자체는 특정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업소들에 대해 정해진 기준 이내 수준에서 배출하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적발된 업체는 폐쇄명령 같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업체 스스로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법을 준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수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몰래 흘려보낸 유독물질이 돌고 돌아 언젠가 내 가족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