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교육계의 요구인 학급 증설 무산에 따른 비판과 향후 파장, 그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의회 교육위는 21~22일 이틀 동안 2013년도 대전시 교육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심사를 벌였다.
하지만,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과 관련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나마 안필응·이희재 위원이 '공립유치원'이라는 용어를 언급했지만, 자료 요청 수준에 머물렀다.
유아교육의 현실을 잘 아는 공교육 출신 교육의원들은 공립의 '공'자도 꺼내지 않았다. 백만원 단위의 사업 예산에 대해 질문하면서도 10개 학급 증설을 위한 시설비와 인건비 등 모두 10억원에 달하는 예산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A 위원은 “교원 정원이 확보된 24개 학급 외에는 추가 증설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본보가 최진동 위원장을 비롯해 강영자, 김동건, 김창규 교육의원과 김인식·안필응·이희재 시의원 등 7명의 교육위 위원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와 다르지 않다.
당시 교육위 위원들은 교사 정원이 확보되지 않은 학급증설, 즉 34개 학급 중 10개 학급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간제 교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결론적으로 학부모와 교육계의 최대 관심사인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 마디 말없이 예산을 결정하려는 의도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관측이다.
교육위원회의 '침묵작전'은 쏟아질 비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 심의 현장은 모니터를 통해 고스란히 공개되고, 발언 내용은 속기록으로 남는다. 다시 말해,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을 반대하는 위원과 찬성하는 위원 등이 모두 공개되다 보니, 향후 파장과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수조정을 통해 예산을 삭감하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장영일(35) 씨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당하다면 떳떳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설득할 것”이라며 “공립과 사립유치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겠지만,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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