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민 대덕대 외래교수 |
가까운 산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등산로를 오른다기보다는 줄을 서서 남의 꽁무니만 보고 따라간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등산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은 산을 찾아가는 목적이 분명해야 하지만 산을 찾아가는 목적보다는 사람구경을 하러가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어느 산을 찾아 등산 할 것인가, 누구와 같이 몇 명이 동행 할 것인가, 그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장비가 필요 하며 어떤 코스를 택할 것인가 등등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함께 산을 오를 동반자를 선택한 다음 충분한 스케줄을 점검하고 나서 출발해야 한다.
등산로 입구부터 산을 오르다 보면 모처럼 자연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흠뻑 마시며 한 주간의 쌓인 모든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내고 새로운 한주를 맞이할 준비를 계획하고 설계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잠시뿐이고 곧 육체적 고통이 수반된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이 턱에 차서 입 안에서는 버드나무 냄새가 나고, 엄동설한인데도 땀이 비 오듯 해 자칫 감기까지 들게 된다. 그리고 발이 돌부리에 차일 때마다 발가락 하나가 떨어져나간 듯 아프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의 균형을 잡으며 등반하다 보면 온 전신이 안 아픈 곳이 없이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편한 방법을 거부하고 무거운 배낭을 등에 메고 온몸을 혹사 시키며 갖은 고통과 어려움을 견뎌내며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최선의 목표로 삼고 올라야 한다. 그리고 산 정상을 정복해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이 목표라면 굳이 어려운 방법을 택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어려움을 딛고 정상을 정복한다는 사실에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하여 때로는 지름길을 택하거나 편한 방법을 거부할 때도 있다.
또한 정상에 오르면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은 잠시뿐이고 곧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산이고 대개 정상이란 공간이 좁고 물도 없으며 바람 피할 곳도 없다. 따라서 그곳이 아무리 전망이 좋고 경치가 멋있는 곳이라 해도 오랜 시간 있을 곳은 못 되므로 내려올 생각을 해야 한다. 회사 일도 등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인원으로 팀을 짜고, 장비나 자원을 조달하는 일에서부터 공공기관의 어려운 인허가 등을 받아내는 일까지, 온갖 역경이나 반대를 극복하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비로소 기쁨과 성취감을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손쉽게 목표를 달성한다면 우리가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정상에 오르는 것처럼 목표는 쉽게 달성할는지 몰라도 기쁨과 성취감은 만끽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달성은 '沙上閣(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체력과 인내와 끈기가 부족해 케이블카 없이는 오르지도 못하고 인맥 없으면 더더욱 도전할 생각조차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멀리 뒤떨어지게 된다. 또한 목표정상을 오르기보다는 편함을 택해 산중턱에서 머물면서 음식이나 배불리 먹고 내려오고 마는 경우가 발생한다.
2013년 새해에는 우리나라 모든 기업의 목표는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각오로 그 목표와 정상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땀 흘려 꾸준히 산을 등산하는 기분으로 왕성한 체력과 끈질긴 근성을 길러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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