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강좌를 말한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명품 강좌를 말한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비주류의 집념ㆍ자기 관리가 세상을 바꾼다'

  • 승인 2012-11-22 14:24
  • 신문게재 2012-11-23 1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대전연합교양대학의 마지막은 건양대 교수들이 장식했다. 주인공은 김원중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와 이충무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다. 사마천과 그의 역사서, 『사기』(史記)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김 교수는 왕과 제후들의 주변인, 즉 신하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공 전략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조명했다. 이 교수는 대전의 문화예술산업계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전의 대표 연극인 '경로당 폰팅 사건'의 성공과 이를 가능하게 한 소극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편집자 주>

[인문학의 향기] 사기열전을 통해 본 인재들의 성공 전략과 통찰력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

▲ 김원중 교수
▲ 김원중 교수
#『사기』(史記), 인간학의 보고

동양 최고의 역사서로 꼽히는 『사기』(史記).

김원중 건양대 교수는 사기를 단순히 역사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 인간학의 보고로 규정할 정도다.

사기는 크게 본기(本紀)와 세가(世家), 열전(列傳)으로 나눈다. 본기는 제왕의 역사를, 세가는 봉건제후, 열전은 왕과 제후를 위해 일했던 인물들을 기록한 것이다.

이 중 김 교수의 규정처럼, 인간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물의 역사를 담은 사기열전을 탐독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김 교수는 사기열전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진시황의 최측근이었던 이사(李斯)를 중심으로 '비주류가 역사를 바꾼다는 것'과 오기(吳起)를 중심으로 본 성공을 위한 조건과 리더십의 중요성이다.

#비주류가 역사를 바꾼다 - 이사(李斯)

이사(李斯)는 초나라의 낮은 벼슬아치였다. 어느 날, 그는 쥐 두 마리를 보고 처세의 원리를 깨쳤다. 변소에 있는 쥐는 사람이나 개가 나타나면 깜짝 놀라 도망을 갔다. 그런데 창고 안에 있는 쥐는 곡식을 먹으며 사람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태연했다. 이사는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처해있는 곳에 달렸을 뿐이라는 생각에 출세를 위해 새로운 모험에 나섰다. 곧바로, 초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향했다. 여기서 진나라 승상인 여불위를 만나 집사가 된다. 진시황의 생부인 여불위의 추천으로 능력을 발휘하며 권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사의 승승장구를 견제하는 세력에 의해 초나라 첩자로 몰리자, 의미심장은 말을 남긴다. '태산불양토양(泰山讓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擇細流)'다. '태산은 흙을 사양하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곧바로 진시황으로 하여금 '개방 인재론'을 설파하며 훗날 진시황의 천하통일 대업의 2인자로 승상까지 오른다. 지연을 거부하며 결단력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 결국 비주류에서 역사의 주류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진시황 사후, 권력에 함몰되면서 이사도 결국 참혹한 최후를 맞으며 스스로 권력의 노예로 전락한다.

김 교수는 “진나라는 영토와 자원 등 가장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결국 당시 6개국을 모두 통일했다”며 “이는 개혁을 위해 모든 시스템을 개방하면서 모든 인재가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대학생들은 삼성 등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삼성에는 지방 출신들이 많다. 주류냐, 비주류냐는 자신의 사유의 문제”라고 했다.

#성공을 위해 자신을 연출하라-비정한 야심가, 오기(吳起)

오기(吳起)는 위나라 출신이다. 어머니께 '한 나라의 재상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증자(曾子)에서 학문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의 부고가 왔다. 하지만, 고향으로 가지 않자, 증자는 사제관계를 끊기까지 했다.

동쪽의 강국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자, 다급해진 노나라 군주는 병법에 능한 오기를 장군으로 임명하려 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어서 주위에서 배신할 수 있다고 떠벌렸다. 그러자 망설임 없이 아내를 죽였다.

오기는 장군이지만, 신분이 가장 낮은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함께 밥을 먹었으며, 잘 때도 같이 잤다. 병사들과 고통을 나눈 것이다.

종기가 난 병사의 고름을 직접 빨아주자, 그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했다는 일화는 익히 알려졌다.

병사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북돋아 줄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오기는 알고 있었다. 성품은 나쁠지언정, 병사는 제대로 다룰 줄 알았다.

오기는 비정한 야심을 품고 성공을 위해 달렸다. 그 과정에서 병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연출을 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기관리에 능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었다. 병사들과의 소통이 없었다면 연출은 무용지물이 됐을 것이다.

물론, 오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장점은 분명히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인물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에 치중하다 보면, 장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류가 범하게 된다.

김 교수는 “성공을 위해 야심과 자기관리를 위한 연출, 소통은 필요하다”며 “오기의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바로 포용력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선 추진력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끝>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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