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마 히데키 저 |
우리는 한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냥 모어라고 모국어라고 우리는 한글에 대해서 등한시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국어시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많은 국어 문법을 배우지만, 솔직히 학교를 마칠 때까지 훈민정음에 대해서 직접 배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글의 탄생이 지식의 역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글의 모든 것에 대해서 일본에서 먼저 출간이 되고, 일본 사회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이를 다시 우리나라에서 번역하는 모습이 조금은 좀 마음에 걸린다.
이 책은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역사서다.
한문과 일본어와 한국어를 서로 비교해 가며 한국어의 특징을 설명하고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를 음운학 측면에서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처럼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교양서지만 우리가 눈 여겨 볼 대목도 여러 군데 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언어학적으로 한글의 가치를 살피고 한문이 지배하던 동아시아 사회에서 새 문자인 한글의 우수성을 살피는 부분이 그렇다. 한글의 음운학, 형태학, 발생학, 오늘날의 쓰임새까지 한글의 구조와 특징을 제대로 짚어냈다.
특히 한자와 일본문자, 베트남문자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자들과의 비교 연구는 단연 눈에 띈다. 역사와 언어학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한글 창제자들이 말과 소리에서 어떻게 글자와 문자를 뽑아냈는지 밝혀낸다. 또한 한글을 한자에 맞선 '지(知)의 혁명'으로 소개한다.
한글 창제가 한자가 지배하는 언어와 문자 세상에서 벌어진 일종의 사상 투쟁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저자는 “훈민정음은 문자 자신이 문자 자신을 말하는 책으로서 세계사 속에 등장하였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훈민정음을 보는 일은 '에크리튀르 언어의 기적'이라고 선언한다.
사람들의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이런 관심을 지식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처럼 한글에 대한 언어학적인 분석으로 부터 시작해서 한글을 창제하면서 고려했었을 것 같은 그 당시의 언어생활들 그리고 한글이 지금처럼 우리 문자생활의 중심이 되기까지의 간략한 역사까지를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매일 마시고 사는 공기나 물의 위대함을 잘 모르듯이 매번 읽고 쓰는 한글의 위대함 역시 너무 모르고 살아 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훈민정음이라는 새로운 글 체계를 만들어 낸 세종과 어느날 갑자기 주어진 글을 내 것으로 보듬고 나라가 없어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우리 선조들의 노고에 그 혜택을 흠뻑 누리고 살고 있는 후세 사람으로서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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