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처럼 전국 17개 광역의회 및 227개 기초의회 의원이 대규모로 나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지방분권을 피할 수 없고 미뤄서도 안 되는 현안으로 인식했다는 증거다. 이미 헌법적 가치이면서도 미적지근한 지방분권을 담보하는 방안은 실질적인 분권 촉진밖에 없다.
물론 늘 경험했듯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지방의원들이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을 목표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표현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도 선거철이라 마지못해 참석한 것이 아니라 지방의원들 이상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지방의원들은 또한 여론 집중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꼭 관철시켜야 할 과제를 함께 떠안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정립이 수반돼야 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실천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다. 역대 정부에서 지방분권 과제가 무성하게 나왔지만 중앙집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추진 의지의 미약함에 있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말한 후보도 있다. 하지만 공약과 정책으로 채택되더라도 식언에 그치면 아무 쓸모가 없다. 지방분권 관련 질의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반응을 주목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은 차기 정부에서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채택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등 4대 협의체와 분권 단체들이 긴밀히 소통하기 바란다. 지방분권적 국가는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
지방도 이제 과거와 달리 주도적으로 ‘분권, 재정, 균형’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일원화, 자치경찰제, 조례 입법권 확대, 지방의회의 독립성 등 구체적인 정책은 산 넘어 산이다. 지방이 권한과 책임을 갖지 못하면 경쟁력과 자율성도 강화할 수 없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아니다. 결의대회에서 보인 분권 의지를 실현하려면 지방자치가 먼저 성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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