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모임장소에 휴대폰을 놓고온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퀵서비스를 신청했고, 3만5000원이라는 답변에 다시 한번 '멘붕(?)' 상황까지 이르렀다.
“모임과 회식 자리 가기가 두렵네요.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거나 여가선용을 할 곳이 없으니 우린 어디로 가야 하나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세종시 이주를 시작한 중앙 공무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하소연이다. 상당수가 미혼 또는 주말 부부 형태로 나홀로 이주를 택하면서, 타지 생활의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풀거나 여가선용을 할 곳이 없다는 얘기다.
부서 회식 또는 지인과 모임은 이주 초기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달랠 수있는 유일한 소통창구인데, 이를 담아낼 공간이 없다.
실제로 이주 대상 공무원 1000여명 이상이 앞서 정착했거나 머물 예정인 첫마을의 경우, 갈 만한 모임장소가 4~5곳에 불과하다. 업종도 닭집 2곳과 한우 및 중국집, 해물탕, 막걸리에 국한돼 있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교적 모임 장소가 다양한 세종시청 일대 또는 반석역 부근으로 나가자니, 대리비와 택시비 등 추가 경비가 부담스럽다. 이동시간은 차량으로 최대 15분(이동거리 약 13㎞)에 불과하고, 휘발유 1ℓ당 10㎞ 기준 교통비용 환산 시 약 2600원으로 왕복 시 5000원 선이다.
하지만 대리운전을 이용 시, 최소 2만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세종시와 대전시 대리업체간 이용요금도 적잖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 A업체는 세종시청~첫마을간 2만원, 세종시청~반석역간 3만원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고, 대전시 B업체는 반석역~첫마을간 3만원, 반석역~세종시청간 4만원을 적용하고 있다. 또 충북도의 C업체는 오송역에서 세종시청까지 3만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거리상은 길지 않지만, 대리운전자가 대중교통 등 나올만한 차량이 없어 이 같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게 대리업계 측의 설명이다.
택시를 이용해도 왕복 요금은 최소 2만3000원 이상이다.
A씨는 “홀로 세종시에 정착한 주변 동료들이 업무 후 풀 곳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모임갖기가 정말 부담스럽다. 당장 문화생활 확충이 어렵다면, 야간 대중교통 운영시간이라도 연장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세종시 관계자는 “대리운전 업체가 현재 신고제로 자율영업에 나서고 있어, 요금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지자체 등록제 전환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 3월부터 버스 운영시간 연장 등 대중교통 개선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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