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조 천안청당초 교감 |
'아이가 선생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아이 입장에서 봐도 엄마 입장에서 봐도 분명히 화가 나고 분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가 집에 와서 선생님 욕을 하며 화풀이를 할 때 엄마는 어떻게 하셨나요?' 라고 묻자, 엄마는 아이와 같이 화를 내며 선생님 욕을 같이했단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려 지금 교육청에 전화하는 거란다.
'제가 바로 사실 여부를 알아보고 선생님에 대한 사안은 처리할 테니 그 아이 내일부터 학교에 보내지 마시고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는 방안을 생각해 보세요'했더니 무슨 얘기냐고 되묻는다.
'사실 여부는 조사해 보면 알겠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면 담임 교체라든가 징계 사안은 아닌 듯하고, 다만 제가 걱정되는 것은 아이와 엄마가 선생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존경심이 없는데 앞으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걱정이다. 더구나 아이가 엄마에게 화풀이할 때 엄마가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 아이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아이의 행동에 문제는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선생님과 상담해 바람직한 지도 방안을 마련했더라면 더 나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데, 엄마가 아이와 똑같은 반응으로 선생님을 대했으니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제야 그 엄마는 '담임 교체'니 '징계'니 이런 말들은 온데간데없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며 해결책을 묻는다.
'부드럽고 강한 엄마가 되시라, 아이의 아픔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시고, 보듬어 주면서, 그러나 앞과 뒤,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무엇이 아이를 위한 것인가 생각하면서 때로는 단호하고 강하게 지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이부터 달래주시고, 엄마의 행동과 아이의 행동에 대한 강한 반성의 대화를 하시고, 선생님을 만나 상담하시라. 저도 담임선생님과 면담하겠다'로 대화는 끝이 났다.
요즘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를 많이 낳지 않다 보니 모든 일에 자녀를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많다. 자녀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고, 원하는 것은 사주고 싶다. 컴퓨터에 빠져 있어도 단호하지 못하고, 내 자녀가 친구들과 문제가 있어도 상대 친구에게 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믿는다. 교육적인 의도를 가지고 선생님이 아이를 혼내면 아이 잘못보다는 귀한 자식 혼내는 선생님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귀한 자식일수록, 사랑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엄마는 부드러우면서 강해질 필요가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쓴 글 중에 자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잘못이 있을 때는 어머니 곽낙원 여사에게 언제나 종아리를 맞았다고 한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여 부드럽고 강한 엄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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