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주도로 대형유통업계와 중소상인이 모여 상생 발전을 위해 첫 걸음을 뗐지만 갈등과 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모습이다. 조례를 통해 의무휴업을 규제하려던 지자체들은 지경부의 대처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19일 지자체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규제안을 처리, 본회의로 넘겼다.
지난 15일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들과 대형유통업계가 만나 상생 발전을 위한 유통산업발전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형유통업계는 각종 통계자료를 토대로 즉각 반발했다. 문제는 대전 등 지자체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을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대전은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을 시행했지만, 절차상 하자가 드러나 조례 재개정 작업을 거쳐 의견수렴 등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대형마트 규제안이 처리되면서 지자체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례 재개정안이 의미 없는 것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영업시간제한이 당초 자정부터 오전 8시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로 4시간 늘었고, 의무휴업일도 2일에서 3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최근 마련된 관련 조례를 또다시 개정하는 작업이 불가피해 규제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국회 상임위의 안건 처리에 따라 대형유통업계가 이에 반발,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상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긴급이사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유통산업발전협의회는 지경부가 주도했지만 자발적 형태로 법적인 규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합의된 내용 자체도 '권고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 애초부터 지경부에 '법으로 명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면서 “이번 역시 '지자체 조례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경부의 어설픈 대처방식은 이뿐 아니다. 당초 지경부는 지자체의 '법으로 명기' 요청을 무시하고, 조례 개정을 통한 대형마트 규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추진한 조례 개정안은 절차상 하자가 드러나 대형마트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미 패소했거나 패소할 소지가 높은 게 현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행정력 낭비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관련 공무원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까지 먹는 실정”이라며 “정치권이 앞서가면서 상황이 급변하는데다가 대선정국이 지나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