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영·사회부 차장 |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이 있다. 정작 어린시절, 보령에서 가장 유명하다던 머드를 대천 해수욕장에서 본 기억이 없다. 대체 머드를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어린시절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보령산 머드는 유명한 대천해수욕장은 아니지만 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채취하고 있다. 사실상 대천 해수욕장에서의 갯벌의 존재는 미미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대천해수욕장의 바닷가를 보고 이곳을 찾아왔지, 머드때문에 이곳을 찾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객이 전도됐다.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머드축제를 가보면 축제장을 만들어 놓고 머드를 어딘가에서 운반해와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머드 미끄럼틀, 머드 풀장, 놀이장 모두가 인공의 공간을 만들어 머드를 운반해와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대천해수욕장을 가면 머드체험장이 상시 운영되고 있고, 작은 숙소를 가도 머드 비누, 머드샴푸 등 제품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해수욕장 곳곳에 일회용 머드팩을 할 수 있는 자판기도 설치돼 있다. 머드와 대천을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갖게 됐다.
지난달 대전에서 세계 푸드&와인 축제가 열렸다. 축제 개최 계획을 내놨을때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대전이 포도의 주산지도 아니고, 와인축제를 열만한 명분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려속에서 축제의 막이 올랐을때 35만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관람객이 축제에 참가했고, 의외의 높은 호응이 이어졌다. 주산지가 아니지만 축제는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축제개최 한달이 지난 지금 대전은 과연 와인 축제 도시와의 연계성이 남아있을까? 대전의 어딘가에서 와인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나, 유명와인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와인과 잘어울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대표지역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전 어디에도 이런 상징성을 갖고 있는 명소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주산지인 프랑스도 충북 영동에도 와인하면 떠오르는 대표 명소가 있다. 자칫 연간 10억원 이상의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와인축제를 했지만, 자치단체장이 바뀐이후 축제가 홀연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든다. 과거 대전에도 1~2년 개최후 막을 내린 축제가 수없이 많았던 만큼 이번에도 똑 같은 수십억원짜리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자치단체 수장이 바뀌어도 유지해갈 수 있는 대전의 상징을 찾는 작업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축제는 선심성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 어려운 지방 재정에 시민들은 어느 누구도 선심성 예산 낭비에 박수치지 않는다.
김민영·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