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섭]내려놓음과 행복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방진섭]내려놓음과 행복

[사이언스 칼럼]방진섭 카이스트 ICC 운영부장

  • 승인 2012-11-19 14:34
  • 신문게재 2012-11-20 21면
  • 방진섭 카이스트 ICC 운영부장방진섭 카이스트 ICC 운영부장
▲ 방진섭 카이스트 ICC 운영부장
▲ 방진섭 카이스트 ICC 운영부장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갑작스러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가끔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것도 현명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현대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사회적인 지위와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가치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게 되었고, 성공의 척도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외향적으로 보여 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뿐 사람의 내면에 담겨 있는 그 사람의 가치와 행복에는 관심을 두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언가의 실적에 집착하고, 자신의 성과를 포장하기에 바쁘기도 하다. 이러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내려놓음과 비움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절제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닐까!

얼만 전에 하버드대 최고의 행복 강의로 널리 알려진 탈 벤-샤하르가 지은 완벽의 추구라는 책을 읽으면서 최고를 추구하는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불행한 완벽주의자, 행복한 최적주의자란 주제에서 완벽주의자는 현실을 거부하고 대신 환상의 세계에서 산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사는 세계에는 실패나 고통스러운 감정은 없으며, 그들의 성공기준이 아무리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매우 값비싼 감정적 대가를 치르게 되고, 실패를 거부하므로 언제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반면 최적주의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 세계에는 어느 정도의 실패와 슬픔이 불가피하며 성공은 실제로 달성 가능한 기준에 따라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실패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덜어내며 삶을 좀 더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현실의 한계와 제약을 인정하므로 실제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정하여, 그 결과 성공하고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우리는 현재 어느 삶을 추구하고 있을까? 혹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과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하는 것은 선이고, 상대가 하는 것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에 빠진 것은 아닐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당시 젊은이들의 행태를 걱정하고, 이들이 펼쳐갈 미래를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흘러왔고 나름의 사상과 철학과 정치·경제방식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미래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지나치게 걱정할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인간은 유한(有限)한 존재다. 그러기에 완벽하지도 않고 완벽할 수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도, 조직도 유한한 존재며 우리가 하고 있고 맡은 일과 자리도 유한하다. 그러기에 그 유한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여 최선을 다하면서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비움으로 인해서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내면의 자신감을 갖추는 것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시간이 흘러가듯이 세상도 흘러간다.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은 과거세대가 있기에 가능했고, 미래세대는 현재의 우리가 있기에 가능하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가치가 없는 것이 없다. 하찮은 풀과 나무에도 생명이 있고 존재 이유가 있듯이 높고 낮음과 있고 없음을 떠나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소중한 존재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과 방식만을 주장하고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며,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중요하고 우리라는 범위를 끊임없이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비울 수 있다는 것처럼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고, 무언가를 지켜야 하고,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구속하고 집착하게 만들고 여유가 없게 만든다. 오히려 내려놓음으로써 그리고 비움으로써 우리는 더 큰 행복과 진정한 세상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사랑과 행복은 한계가 없는 무한(無限)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