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가을산행, 불씨는 두고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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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균]가을산행, 불씨는 두고 떠나자

[시사 에세이]김남균 산림청 차장

  • 승인 2012-11-19 14:34
  • 신문게재 2012-11-20 20면
  • 김남균 산림청 차장김남균 산림청 차장
▲ 김남균 산림청 차장
▲ 김남균 산림청 차장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가을 산을 물들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강원도 설악산은 물론이고 충청·호남 지역에까지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첫눈 내리던 날 단풍구경 온 등산객들은 단풍과 어우러진 설경에 흠뻑 취했다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다.

우리나라 단풍은 한로(寒露) 무렵인 10월 초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을 시작으로 점차 남쪽으로 퍼져 10월 하순에 절정을 이룬다. '한국민속종합대전'에는 옛날에도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9일)을 맞아 시인묵객들이 단풍놀이를 즐기면서 시회(詩會)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가을단풍의 절정 시기는 지났으나 지금도 주말이면 산을 찾는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보고서(2010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81%인 3000만 명이 연 1회 이상 산행에 참여하고 월 1회 이상 산을 찾는 인구는 1500만 명에 이른다. 일반국민 28%가량은 1년에 1~2회 정도 산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에 간다고 응답한 응답자들은 주로 이용하는 산행 종류에 대해 일반국민 절반가량인 54%는 '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을, '산 기슭의 숲길을 걷는 트레킹'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5% 정도였다. '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남성, 그리고 소득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가을산은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들 즈음 산불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산불은 해마다 평균 400여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 정도인 350여만 평의 산림이 피해를 입는다.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다. 그 중 입산자 실화가 42%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성묘객 실화 순이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의 문턱에 이르는 10~12월의 산불은 60%가 입산자 실화가 원인이다.

입산자들의 사소한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산불이라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에 갈 때 불씨를 두고 간다면 입산자 실화에 의한 산불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올 가을 들어서도 벌써 18건(10월 15건, 11월 3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이중 17건이 입산자 실화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산림청은 가을 산을 산불로부터 지키기 위해 11월1일부터 12월25일까지를 '가을철 산불방지기간'으로 정하고 예방과 진화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기간 중에는 산불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등산로 일부를 폐쇄한다. 다만, 일반 국민이 많이 이용하는 주요 간선 등산로는 평소처럼 개방해 국민 불편을 줄이려 하고 있다. 아름다운 숲을 잘 지켜서 후손에게 잘 물려줄 수 있다면 국민 누구라도 이런 불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12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예년의 경우 공교롭게도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는 대형 산불을 경험한 적이 많다. 그래서 다가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의 산림공무원들은 더욱 산불로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산림청은 가을철 산불조심기간 중에서도 선거일을 전후한 12월 14일부터 25일까지를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전 행정력을 산불예방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산을 산불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산에 갈 때 불씨가 되는 성냥·라이터·담배 등 인화물질은 반드시 집에다 두고 산행의 즐거움만 배낭 가득히 담아 가을 산행을 떠났으면 한다.

산은 남의 것,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 산은 우리 것, 우리와 공존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과 숲은 우리와 우리 후손의 소중한 재산이다. 숲이 사라지면 우리의 내일도, 산 속 생명들의 내일도 함께 사라진다. 가을 산행, 불씨는 두고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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