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뒤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30대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3일 동안 10여 명의 증인신문과 현장검증까지 거치는 이례적인 국민참여재판 과정을 통해 유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지난 14일 3일에 걸쳐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37)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31일 세종시 남면 연기리의 한 노상에서 말 다툼 끝에 이웃주민 B(51)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가 사건 발생 다음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복강 내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뒤 용의자로 특정돼 기소됐지만,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해 왔다.
또 사건 현장에 직접적인 목격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피고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A씨 외에 제3자의 폭행이 있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대전지법은 이 사건과 관련해 3일 동안 모두 13명의 증인을 채택해 신문하고, 배심원단과 함께 현장검증을 거치는 국민참여재판 과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배심원단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3~5년의 양형의견을 제시했고, 재판부도 배심원 다수 의견을 존중해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 및 관련자 진술과 피해자의 모습이 촬영된 CCTV, 피고인과 피해자의 이동 경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때 피고인이 만취 상태에서 흥분해 피해자를 구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입증된다”며 “변호인은 피고인 외의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에 관한 의심을 제기하고 있으나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만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기는 하나 평소에도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습성이 있음에도 제어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적다 할 수 없다”며 “다만 스스로 사건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공소사실을 부인한 것이지, 피해자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