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환]통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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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통하였느냐

[문화 초대석]권기환 아트팩 대표

  • 승인 2012-11-18 14:14
  • 신문게재 2012-11-19 20면
  • 권기환 아트팩 대표권기환 아트팩 대표
▲권기환 아트팩 대표
▲권기환 아트팩 대표
하나 둘, 여기저기에 못 보던 녀석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오게 된 것인지. 분명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밖으로 나오게 된 녀석들일 텐데, 왜? 무엇을 위해서 나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녀석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른바 원도심을 살리는 익사이팅한 녀석들인 셈이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쉽게 알 수도 없었지만 알려주지도 않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역시 새롭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살려내고 있는지 또한 의문이다.

언젠가부터 꾸준히 들려오는 원도심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 문화예술에 그 매개체로의 역할을 부담하는 분위기, 활용하는 자들의 의식, 그 모든 것들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정대상에 의견을 묻고, 특정대상에 의해 진행이 되고, 특정대상에 의해 평가되고, 특정대상에 의해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이곳은 특정대상들의 것이다. 그들은 말을 하고, 듣는 이는 알아듣질 못한다. 말하는 이는 잘 들어주지 않는 이들이 원망스럽고, 듣는 이는 말하는 이의 이야기들에 관심이 없다.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듣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다.

통하지 못한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과정에서 보았던 익숙한 이름들과 익숙한 프로그램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어떤 것도 찾아보지 않았음을, 나 역시도 그들에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듣는 이에 불과함을 고백한다. 적어도 나의 눈과 귀를 의무감으로 어딘가에 집중시키기는 싫었던 듯하다. 주제에 부합하지 않는 프로그램들과 주제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깃거리의 부재,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콘텐츠가 있으니, 와서 봐주겠니? 식의 변화 없는 무책임함. 과정에서 배재돼 버린 대중의 참여. 이젠 익숙할 만큼 익숙해져버린 쉽고 눈에만 잘 보이는 프로그램들…. 큰 카테고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현실적인 컨트롤러의 부재를 멀리서도 느꼈으며, 동시에 이 다양한 기획들의 불성실함에 답답했다. 각계의 다양한 노력들이 이젠 정말 빛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탄식이 겹쳐 흐른다.

한 지역의 변화를 도모하는 일에 주는, 그 어떤 것을 통해 이루려한들 오롯이 그곳의 사람들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과정에서 배제된 그들의 생각과 삶이 묻어 있지 못한 어떤 것도 그들의 호응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도 아닌, 자신들의 생각도 담기지 못한, 자신들에 의해 만들어지지도 않은, 이해하기도 어려운 대상이 이곳을 살려준다? 쉽게 공감할 수가 없는 입장일 것이다.

조금 더 낮은 곳에서 조금 더 그들의 이야기와 상황에,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할 텐데. 그러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내 눈에 아름답고 좋은 콘텐츠가 일반적인 아름다움을 뜻하지는 않는다. 목적이 있는 프로젝트였고, 개인적 목적에 의한 전시가 아니라면 그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생성돼나가는 과정 자체가 익사이팅이고 활성화가 아닐까.

조금씩 특정대상으로부터 시민으로 대상이 확대되어가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것이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과정이라 여기고 있다. 다양하고 고된 노력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그분들에 노력에 그만한 결과가 있지 못한 현실이 너무 아쉽다. 짧은 시간의 임팩트를 통해 무엇인가가 생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익숙해지는 것이 어떠한 화술보다 상대를 설득시키기에 효과적이고 탄탄하다. 그들과 통하기 위해서 그 속에서 그들이 되는 것이다. 다양한 그들과 통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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