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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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야말로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한다는데 늑대 같은 남자라는 건 욕이 아니라 칭찬이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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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500만명을 넘어 국내 멜로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늑대소년'의 누적관객수에는 필자도 들어 있다. 관람평은 “그냥 괜찮다”, 명대사는 “기다려!”였다. '여우 같은 아내와 (15세 이상) 토끼 같은 자식'들이 보기에 '괜찮다'. 순수함, 진실한 사랑을 그린 감성영화로는 합격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늑대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아우성인 이때를 틈타 사악한 존재로 내게 매도당한 늑대에게 진 빚을 정리해볼 생각이다.
―늑대 이미지는 펑튀기 공법(工法)의 산물이라고 두둔하는 축도 있다. 간혹 농장의 가축을 건드리기는 하나 양치기 소년의 막대 하나로도 퇴치 가능함을 논거로 삼으면서~ 아이 우는 소리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든지 털빛까지 바꾸는 위장술을~ 발정기에 부모형제, 위계질서고 뭐고 안면몰수하며 싸워 제 어미~ '늑대' 근성을 여지없이~.
전에 쓴 글을 부분 전재(轉載)했다. 저런 놈도 있을 테지만, 자문도 한다고 했는데 왜 저 따위로 썼을까 싶다. 지면을 빌려 대전동물원, 청주동물원의 늑대를 비롯해 섬멸되지 않은 모든 늑대들에게 사과한다. 한 암컷만 바라보고 재혼해도 전처소생을 돌보고 제 짝이 죽어도 다른 가족의 아저씨, 아줌마 노릇을 자처하는 늑대들에게 미안하다.
안 그런 척 그러고 그런 사람을 '박쥐 오입쟁이'라 하는데, 박쥐에게 이런 모욕이 없다. 꽃뱀이 사내뱀 후려 돈 우려낸 적 있나. 닭대가리 나쁜데 도와준 것 있나. 가당찮은 일은 '쥐구멍에 홍살문'이다. 쥐가 언제 홍살문 만들어 달라 했나. 엉큼하면 너구리, 탐욕스러우면 돼지 등 비유력은 끝을 모른다. 미화 비유의 덕을 톡톡히 본 원앙도 허술한 정조를 들켜버린 이상, 부부의 원앙금과 원앙침은 이제 수정돼야 한다.
영화에서 늑대소년 철수(송중기)가 순이(박보영) 방문 앞에서 모로 구부려 잔 그 잠이 새우잠이다. 작고 볼품없는 집을 게딱지만한 집이라 한다. 초여름 안흥항의 꽃게 등딱지, 초겨울 안면도의 대하를 못 봐서 하는 말이다. 밴댕이는 그물에 걸리면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죽는다. 죽음을 예견한 스트레스에 몸부림치는데 속좁고 조잔한 사람을 꼭 밴댕이 소갈딱지라 해야 속시원한가. 팬티 한 장 차이라는 짐승과 인간의 차이도 허물어졌다. 옷 입은 강아지, 노팬티 인간이 많아져 구분이 이제 애매해졌다.
하지만 인간의 명석한 머리로 의식적인 욕망의 대상화 작업을 거치면 또 못 만들 것 없다. 늑대에게 세평이 지독히 나쁜 이유에 대해 『가공화된 신화, 인간』의 저자 틸 바스티안은 늑대에게서 발견한 인간 자신과 같은 특성 때문으로 단정한다. 늑대처럼 살라. 늑대 같은 남자 만나라. 아직 철 이른 것 같다. 아무리 관객 500만으로 명예회복은 했지만 '늑대 같은 남자'를 칭찬으로 받기엔 여전히 무리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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