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시달리다 아내 살해한 60대 '징역 6년'

대전지법 국민참여재판 촉탁살인 주장 인정안돼

빚에 시달리다 아내를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6년형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법정에서 살해 동기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던 아내의 부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지난 13일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66)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박씨가 아내를 살해하기에 이른 것은 지난 6월, 천안의 한 모텔에서였다. 당시 박씨는 부인 오모(58)씨가 사채와 계모임 등으로 수억원의 빚을 진 사실을 알게 된 뒤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함께 여행 중이었다. 이윽고 사건이 발생한 모텔에 머물러 함께 술을 마시다 오씨는 화장실로 들어가 목을 맸고, 신음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달려간 박씨는 아내의 발이 바닥에 닿아있자 자살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흉기를 이용해 부인을 살해했다.

법정에서의 사건 쟁점과 양형 결정 요인은 경위를 단순 살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박씨의 주장대로 아내의 부탁을 받은 촉탁살인으로 볼 것인가 였다. 하지만 재판에 참여한 7명의 배심원 중 2명만이 박씨의 범죄를 촉탁살인으로 인정했고, 재판부 역시 배심원단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박씨에 대해 살인죄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부인을 세번이나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생명을 앗아간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 한 뒤, “양형에 있어서는 빚 때문에 함께 자살을 결심하고 여행 중 범행에 이르게 됐고, 범행 직후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