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상비 의약품 판매제도의 시행으로 편의점에서 감기약, 파스 등의 판매가 시작된 첫날인 15일 대전 중구 대흥동 GS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상비의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민희 기자 photomin@ |
“해열제하고 감기약 주세요. 감기들린 것 같아요.”
15일 이른 아침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편의점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 목격됐다. 약국이라면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편의점에서 손님이 해열제와 감기약을 찾는다는 것은 어딘지 낯설다. 이날부터 편의점에서의 가정상비약 판매가 이뤄지면서 시작된 풍경이다.
편의점에서 감기약을 구입한 김정민(38)씨는 “내근직이다보니 근무시간에 병원진료를 받고 약국에 찾아가 약을 받는게 힘들었다”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며칠째 독감으로 고생중인데 출근전에 잠깐 들러 간단하게 내복약 구입으로 해결되니 수월하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주부 임미숙(34)씨 역시 “새벽께 아이들이 아프면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만 앞선다”며 “이제는 밤사이 영업하는 약국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니 걱정이 덜하다”고 말했다.
이날 인근의 다른 편의점도 상비약 판매에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편의점 입구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이고 보관함에 상비약 제품을 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편의점 내 상비약 판매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진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편의점에는 감기약 등의 판매 사실을 알고 찾아온 손님들이 적지 않았지만, 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나 사용시 주의 사항에 대한 종업원들의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중구 은행동의 한 편의점 종업원은 “의약에 대한 설명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며칠 사이 다 숙지하리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며 “그저 어린이 감기약은 시럽으로 된 것, 빨간 상자는 해열제로 외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의 약품 판매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시민 한모(여ㆍ58)씨는 “주위의 노인분들 중에는 감기약 등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병원 진료를 받지 않고 약국에서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편의점에서의 판매로 그만큼 병원진료를 기피하는 사례도 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상비약 판매가 허용되면서 편의점에서는 진통제와 감기약 등 13개 품목의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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