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문화부장 |
이번에 수능을 본 자녀를 둔 학부모만 어렴풋하게 내용을 알고, 나머지는 예비고사- 본고사, 학력고사가 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냐며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크고 작은 집단에서 복잡하고도 난해한 대입제도의 단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203개 4년제 대학이 발표한 수시모집 전형은 총 3186개라 한다.(교육과학기술부 발표)
대학마다 평균 15~16가지 방식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셈이다. 특히 단국대는 52가지, 중앙대는 46개나 된다.
네오르네상스 전형, 다빈치 전형, 알바트로스 전형 등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기 힘든 전형들에 수험생들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이는 2008년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면서 각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전형 방식을 세분화했다. 문제는 입시제도가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지면서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대학입시를 보면, 차라리 옛날이 편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980년에는 예비고사, 대학별 본고사와 내신으로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신군부는 과열 과외를 해소한다며 과외 교습을 전면 금지하고 본고사를 폐지한 뒤 1982학년도 이후 예비고사가 학력고사로 대체됐다. 그 후 논술 도입과 폐지, 선지원 후시험 방식(1988)에 이어 1994년에는 학력고사 대신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됐다. 1997년 논술이 다시 등장하고, 학교생활기록부가 도입되면서 수시 모집이 생겼났다.
2002년 이후엔 대학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추천서, 심층면접 등) 전형방법이 다양해졌고 (2008년)입학사정관제도도 도입됐다. 제도를 바꿀때마다, 목표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감소였지만 현실은 사교육시장을 되레 키워주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같은 복잡한 입시 전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각 대학에 입학전형을 간소화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주요 대선 후보들도 적극 가세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시는 수학능력시험 위주로, 수시는 학생부 위주로 선발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대학입시를 대폭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입학전형 계획을 변경할 때는 3년 전에 미리 예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한국형 공통원서접수시스템 구축 방안도 제시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 입시 제도를 중장기적으로 수능의 자격고사화와 내신중심 선발 기조로 정착시키는 등 대대적 개편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식 교육정책'의 토대는 사교육 부담 완화, 공교육 정상화, 교육 불평등 극복으로 요약된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사교육을 줄이는 방안으로는 '학교 공교육 지원법' 제정과 대입전형 간소화를 제시했다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에 일반고보다 먼저 학생을 뽑는 혜택을 없애도록 유도하고 복잡한 대입 전형도 4가지(수능, 논술, 내신, 입학사정관제)로 간소화하겠다고 했다.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최저학력 도달 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사교육의 폐해를 근절시킬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작용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은 4년전 부터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법안을 국회에 청원하고 있으나 정치권의 답은 없다고 한다.
대학입시제도를 바꿔 공교육을 정착시키려 했던 정책은 번번이 실패한 만큼, 우선 사교육 시장에 '철퇴'를 가할 방안을 먼저 찾자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인 듯 하다. 바로 공교육을 똑바로 세우면 입시제도도 단순화된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대선 후보들도 이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교육의 중심은 '공교육 바로세우기'가 그 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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