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강좌를 말하다] 인문학의 향기 -극한의 상황에서 위기극복 (윤호일 전 17차 남극세종기지 대장)
▲윤호일 박사 |
윤호일 (17차 남극 세종기지 대장)박사는 남극탐험 전문가다. 20년 동안 남극을 20회 다녀왔다. 남극은 남극해에 둘러싸인 거대한 대륙이다. 한반도의 60배다. 빙하의 평균 두께는 2150m다.
오후 4시, 가장 낮은 기온은 -89.6℃다. 소변을 보면 액체로 출발해 슬러시로 변한 후 결국 팥빙수 얼음으로 변한단다. 극히 건조하다. 그래서 피부 주름이 없어진단다. 천연보톡스다.
폭풍설이 3시간, 6시간, 9시간이고, 시도때도없이 갑자기 불어닥친다. 기상관측은 불가능하다.
겨울에는 해가 없다. 6~7개월을 어둠 속에서 지내야 한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정신적 공황상태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반대로, 여름에는 백야다. 해가 지지 않는다. 이런 곳에 1년에 한 번씩 다녀왔다. 킹조지섬에 한국의 세종기지, 윤호일 박사는 이곳에서 그 어떤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수 있는 강인함을 가져왔다.
#죽음의 공포와 마주치다
2004년 17차 세종기지 탐험에 나서 1년 동안 근무했다. 15명의 대원과 함께 갔다. 들어가자마자 13년 경력의 대원이 조난당했다. 바다 위에서 엄청난 폭풍설을 만나 연락이 끊겼다.
아무리 용맹하고 체력이 좋아도 견딜 수 있는 시간은 48시간이다. 한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몸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다. 차라리 죽는 게 편할 정도란다.
구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이들도 살려달라는 교신을 끝으로 사라졌다. 인간의 한계인 48시간을 넘어 52시간 동안 죽음의 공포에서 나오지 못했다. 아무리 가족을 생각하며 버텨도 소용없다.
하지만, 이겨냈다. 조난당한 8명 중 7명이 살아 돌아왔다. 탐험대의 가장 막내로, 서울대 박사과정 중이던 스물 일곱 살의 전재규 대원은 결혼을 앞두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위기를 즐기고, 장점을 봐라
어떤 위기에 처할지 우리 인생을 예측할 수 없다. 인생을 살고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피 말리는 순간, 고통은 끊임없이 온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밀리면 끝장이다. 탈출방법도 없다. 위기의 본질은 아무리 두려워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위기를 즐기라는 것이다.
마음의 위안을 얻었을 때, 죽음의 공포도 버틸 수 있다. 이것이 위기의 본질이다.
그리고 장점을 봐라.
조직의 멤버라도 낙오자가 있다. 이들을 내버려두면 또 다른 낙오자가 계속 생긴다. 이들은 결국 세력을 형성해 조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항상 편한 사람, 코드가 맞는 사람과 일할 수만은 없다. 늘 조직에는 소위 '꼴통'이 있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안 된다. 장점을 봐라. 장점에 집중해라. 장점을 끊임없이 인정해주면 그 사람은 평생 리더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윤 박사는 “나를 괴롭히고 신경 쓰이는 사람 등을 내버려두면, 그 사람들이 세력을 형성해 조직을 무너뜨린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 방법은 바로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가라
조직의 리더가 됐을 때 위기는 끊임없이 닥친다. 위기에 처했을 때 전형적인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위기에 처하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위기일 때 결의에 찬 사람은 극소수다. 그렇게 훈련을 했는데, 위기 때 소용없다. 건성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란다.
반면 진정으로 움직이면 살아난단다. 리더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진정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윤 박사는 “많은 리더가 지식과 경험, 카리스마로 상사와 동료, 후배를 끌어올리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위기 때는 소용없다”며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과 마찰이 있어도 해결하면서 가란다.
언젠가 절체절명의 위기는 오기 마련이다.
그걸 이기려면 함께 가야 한다. 함께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긍정의 마음이 생길 수 있단다.
일을 열심히, 잘하는 게 아니라, 일이 잘되게 하는 게 리더의 능력이다.
윤 박사는 “힘들어도 정직하고,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냄새 나는 리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다음주 강의:20일 사기열전을 통해 본 인재들의 성공 전략과 통찰력 (김원중 건양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