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미술로 읽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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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미술로 읽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재현해 낸 사유의 풍경들… 11인의 이야기속으로 사색에 잠기다展 17일부터 대전롯데갤러리

  • 승인 2012-11-14 13:56
  • 신문게재 2012-11-15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가을을 맞아 책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작업을 펼치는 작가 11인의 '사색에 잠기다'전이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18일 대전롯데갤러리에서 열린다. 참여작가는 강미령, 김선희, 서유라, 설경철, 양성근, 이경미, 이지현, 최욱, 최은경, 한인규, 황선태 등 모두 11명.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지성의 상징으로 불렸던 책이 현대 미술 속에 들어와 책을 통한 사유의 공간을 재현해내어, 우리에게 익숙한 책 읽기 방법이 아닌 새로운 책 읽기 방식을 제안한다.

▲ 강미령 '책가도에 관한 몬드리안적 사고2'97x97㎝ 2010
▲ 강미령 '책가도에 관한 몬드리안적 사고2'97x97㎝ 2010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책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가지고, 그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사유의 풍경을 재현해 내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대중매체와 디지털 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점점 쇠퇴해 가고 있는 시점에, 책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작업은 우리 삶 속에서 독서와 사색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또한, 현대 미술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예술 문화의 다양한 층위를 발견하고, 작품을 통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며, 관람자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찾는 과정을 직접 마주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미령 작가는 한국 전통 민화와 서구 팝아트의 결합을 시도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화면의 구성은 전통적이며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팝과 미니멀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맞물림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전통을 기저로 이루어진 화면에는 작가가 영감을 받고 있는 동서양 미술의 중요 작품들이 반복, 복제, 증식, 축소, 확장되고 있는데 이것은 작가가 미술, 그 오래된 역사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 의미를 음미하고 있다. 강 작가는 이러한 시간의 거스름을 통해 자신과 미술과 세계의 과거를 하나의 꿈을 꾸듯 고요한 사색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김선희 작가는 어떠한 사건 때문에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놓이는 경험이 반복될 때 그 갈등의 근원을 찾기 위해 그와 연관된 기억 속 사물을 깎고, 갈아내는 작업을 펼쳐왔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로서 탄생한 수 십 권의 책들은 작가의 고민과 사색, 정돈의 과정을 온전히 담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사색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서유라 작가의 작품 안에는 사회에서 소비하거나 욕망하는 것들의 이미지들이 책에 투사되어 나타나있다. 대중적 서적과 잡지는 근대성의 특징이다. 작가는 캔버스 안에 책들을 블록쌓기처럼 마음대로 쌓아두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배치하기도 해 화사한 색과 서적이나 잡지의 노골적인 텍스트가 놀이처럼 즐겁게 나타나도록 하고 있다. 설경철 작가의 'From the Book' 이라는 부제를 단 에피소드 연작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화면 안에는 펼쳐진 책을 배경으로 꽃, 새, 시계, 인형, 타자기, 바이올린 등 다양한 물상들이 무중력의 공간에서 날고 있는 듯한데 이렇게 작품은 책과 물상들의 특이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면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관계이지만 실상 책은 물상들을 산출하고 물상들은 책에서 유출되어 글자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 책의 내용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관계다. 작가는 문자를 이미지로 불러내 읽으면서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면서 느끼게 하는 이를테면 보는 문학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작가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재현해낸 사유의 풍경들을 감상 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예술 문화의 다양한 층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작품감상을 통한 치유와 회복의 경험을 제공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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