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들은 특정 목적 및 시책 추진을 위해 예산과는 별도로 특정자금 즉 기금을 조성,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난관리기금 같은 법정 적립금도 있고 자치단체의 필요에 따라서는 장학금, 소상공인 지원 등의 기금을 운영한다. 문제는 재원은 적은데 기금 수는 많다는 점이다. 재원은 예산의 이자수익금이나 출연금 등이 고작이다.
5개 구청이 운영하는 기금은 41개나 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구청 당 평균 5개 이상 꼴로 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니 기금이 쌓일 리 없다. 기금이 난립하면서 현재 남은 평균 적립금은 5억7000만원 규모로 목적한 사업을 기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5개 자치구의 기금 적립액 규모는 2010년 말 기준 전국 광역시 자치구 중에서 가장 적다.
유성구가 운영하는 관광산업발전기금의 경우 현재 적립금은 50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구의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기금도 2007년 출연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해마다 같은 금액을 적립하지만 현재 잔액은 426만원이다. 출산장려 등 7개 기금사업을 벌이는 서구의 경우 기금 당 적립액이 평균 3억4276만원으로 동구와 중구·대덕구의 평균 7억7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기금 자체 사업의 정상적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금을 조성, 운영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남은 재정을 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감사원도 지적했듯 기금을 통·폐합하는 등 기금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금의 비효율성은 결국 주민 재산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다.
구색만 남은 기금, 일반 회계와 유사 또는 중첩되는 기금부터 과감히 없애야 하겠다. 기금사업의 정상적 추진 여부를 점검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시급한 일에 집중이 요구된다. 한 가지를 하더라도 제대로 운용되도록 기금운영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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