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들은 옥천군 안내면에 거주하며 행복한 학교 내 '할머니 한글 교실'에 다니는 할머니들이다.
한글을 깨우친지 5~6년밖에 안 되는 농촌 할머니들이 지난 4월부터 학교로 찾아 온 문화예술교육사랑방 황순예 대표의 지도로 시를 짓기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이다.
80평생을 농촌에서 눈물을 삼키고 아픔을 느끼며 어렵게 산 여인들의 삶은 하얀 백지위에 진솔한 사연들을 쏟아냈다.
때 맞춰 서방님
약 챙겨주고
밥도 차려줘야지
모 심의려면 물도 대야 하고
깻구멍도 뚫어야 하는디
흙얹고 김매는 게 낮지
날보고 시를 쓰라고
-전경임 '날보고 시를 쓰라고' 중에서
이 시집에는 전경임(84)할머니의 '날보고 시를 쓰라고'외 8편 등 23명이 쓴 150편의 시가 실렸다.
가장 어린 69세 김순이 할머니부터 최고령 84세인 김성남 할머니까지 연령대별로 60대 2명, 70대 15명, 80대 6명이다.
황 대표는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번 총 31차 교육을 통해 27명 학생 중 23분이 시를 2편 많게는 22편을 지었다”며 “여인의 삶을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눈물과 아픔과 가슴 울리며 써내려간 찬란한 삶의 통증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순진씨는 책 서문에서 “처음엔 동시 수준의 책을 내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원고를 받고 나서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젊은 시인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시를 쓰다니 ”라고 적었다.
옥천=이영복 기자 punglu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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