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사 상징조형물에 충남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서 간에 의견 조율이 제대로 안돼 절차상 불가능해졌기 때문.
11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충남개발공사는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신청사에 설치할 상징조형물에 대한 심의를 열고 최종작 선정을 마무리했다.
이는 새로 지어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미술장식품(상징조형물)을 조성해야 한다는 현행 법규에 따른 조치다.
도 본청과 민원동 사이 광장인 충남플라자에 설치되는 이 조형물은 충남의 15개 시ㆍ군의 단합과 백제의 정신을 상징하는 내용으로 제작됐다. 총 사업비 5억3400만원을 들여 설치되는 이 조형물은 충남도를 찾는 도민과 방문객들이 먼거리에서도 충남도청임을 알 수 있도록 '랜드마크' 형태로 조성된다.
조형물로 선정된 작품은 전체적 모양은 모종삽 형태로 땅을 파고 씨앗을 심어 가꾸는 도민의 의지와 노력을 상징하고 있다. 조형물 밑단에는 충남의 15개 시ㆍ군을 상징하는 원이 놓여 있고 탑의 몸체는 충남의 자연을 상징하는 오방위의 오각형이 설치된다.
사업을 수행한 충남개발공사는 지난 6월 조형물 공사에 들어가 지난달 말까지 모든 작업을 끝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도 조형물에 새 CI인 '아름드리나무 심벌마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 것.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지난 7월 내포신도시 현장방문 과정에서 같은 내용을 주문했다.
안 지사는 “도청에 손님이 오면 상징조형물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며 “조형물에 충남의 정체성을 함께 연계해 달라”고 지시했다.
뒤늦게 도가 새 CI인 충남의 정체성 반영을 위해 상징물 수정 검토에 들어갔으나, 조형물 작품과 새 CI 간의 부조화를 이유로 사실상 포기하게 됐다.
전문가 자문에서도 조형물 작품과 새 CI가 서로 어울리지 않고, 작품을 재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도 담당부서와 충남개발공사간의 충분한 사전 조율이 안된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 결과, 조형물에 새 CI를 반영할 경우 작가의 작품 의도를 훼손할 수 있어 수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됐다”면서 “다만, 조형물 밑단에 도내 15개 시ㆍ군을 담는 것은 수정했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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