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곤 대전 시립연정국악원 지도위원 |
미국 인디애나대 자선센터가 최근 발표한 '2008년 부유층 자선 연구'에 따르면 순자산이 100만 달러(약 12억 원)가 넘는 7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6%가 기부 동기로 '자녀와 젊은 세대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기부 결정과 자선단체 선정 때 자녀들의 의견을 구하면서 기부의 중요성을 가르친다고 답한 사람이 95.9%에 달했다. 이런 교육의 영향으로 조사 대상자 40%의 성인 자녀들이 직접 자신의 기부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부단체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커뮤니티파운데이션의 조남주 디렉터는 “한국에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기부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요즈음은 자산을 기부하는 기부자는 물론, 재능을 기부하는 재능 기부자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하는 문화예술인들로 강수진, 김덕수, 조수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전국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 기부문화의 선구자이자 물질적 기부는 물론 나라 음악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까지 남기고 가신 분이 계신다. 바로 대전 시립연정국악원을 창단하신 연정 임윤수 선생이시다. 연정 임윤수 선생은 서양문화에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우리 음악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사라져 가는 나라 음악의 소중한 자료를 찾아 소장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시고, 90평생을 전통 음악의 바른 계승을 통해 민족혼을 일깨우신 분이다. 특히 자신이 평생을 모아 온 국악 관련 자료와 유물(보물급 다수)을 대전시에 기증해 1981년 지방자치단체 중 전국 최초로 대전시립연정국악연구원의 문을 열게 해 국악 발전의 초석을 다지신 분이다.
1917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한 연정 임윤수 선생은 경주 율객 최윤 선생에게서 한학(樂記, 禮記 등)을 수학하고, 신은휴 선생에게 거문고를 사사 하면서 국악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음악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자처하신 선생은 가족 돌보는 일을 뒤로한 채 국악과 관련된 소중한 자료들을 수집하는 일에 매진하셨으며, 일생동안 전국을 누비며 수집한 관련 자료가 무려 2만 여 점이나 되었고 이 중에는 국내 유일본인 『졸장만록』(보물급)과 『악학궤범』 그리고 300여 년이 넘는 거문고 등을 비롯한 귀중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자료들을 1981년 대전시에 기증함으로써 대전시립연정국악연구원의 개원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개원과 동시에 초대 원장으로 취임해 국악의 전승과 보급에 온 힘을 기울인 선각자다. 이러한 국악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연정 임윤수 선생의 그 큰 뜻이 2014년 건립 예정인 국악전용극장으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고귀하고 선각자적인 국악사랑을 몸소 실천하심은 물론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모든 국악 관련서적 및 자료를 기부함은 물론 나라음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 연정 선생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기부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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