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원 을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하지만 응급실에 내원하게 된 날은 달랐다.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어깨를 움직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료결과 어깨 관절에 '돌'이 생겨 발병하는 '석회성 건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흔히 몸속에 돌이 생긴다고 하면 요로결석이나 담석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어깨 관절에도 '돌'이 생길 수 있다. 어깨 힘줄에 석회질이 생성되면서 염증이 발생하고 그것이 돌처럼 굳어지는 '석회성 건염'이 바로 그 것이다.
어깨 관절은 상완골(윗팔뼈)과 견갑골(어깨뼈)이 만나 관절을 이룬다. 이 관절은 4개의 근육으로 구성된 회전근개라는 힘줄로 덮여 있는데 이 힘줄에 칼슘이 침착되어 석회성 건염이 발생하게 된다.
석회성 건염은 흔히 40~50대 연령층에서 발생해 오십견과 혼돈하기 쉬우며, 발생 원인 또한 확실하지 않다.
석회성 건염의 주 증상은 갑자기 매우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급성기에는 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대개 통증은 어깨관절 앞부분에서 나타나서, 팔 아래로 내려가거나 목으로 뻗치기도 한다. 어깨 부위를 누르면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통증으로 인해 어깨관절운동 대부분에서 제한을 보이는데, 특히 팔을 앞으로 올리거나 옆으로 올리기 힘들어진다.
통증이 심하면 아픈 쪽으로 눕기가 힘들고 잠을 이루지 못해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석회성 건염은 단순 X-레이 촬영을 통해 석회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는데 어깨를 움직이는 근육인 회전근개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관절 초음파 검사로 비교적 쉽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석회성 건염은 수술을 해서 석회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석회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는 질환이다.
간혹 석회가 건(힘줄)에 침착되어 있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통상 장기간에 걸쳐 석회가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자연 치유되는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급성 통증에 대해서는 소염 진통제를 사용할 수 있고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스테로이드 제제 주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얼음 찜질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초음파 쇄석기를 이용하면 흡수가 촉진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다른 방법과 비교된 연구가 부족하고 장기적인 자료가 없어 아직까지 보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어깨에 통증이 생겼다고 해서 어깨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목 디스크의 증상일 수도 있다.
목 디스크의 경우 목에 뻐근한 불쾌감이 오고 2차적으로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 1차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2차 통증이 오면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고 병원을 찾게 되는 수도 있다. 팔꿈치 아래까지 저린 현상과 통증이 어깨로 이어져 느껴지는 경우엔 목 디스크를 의심해야한다. 반면 어깨 질환은 어깨를 움직이거나 팔을 위로 올릴 때 제한적으로 통증이 느껴진다는 게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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