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렵과 허가된 수렵은 구분해야

논산시와 금산군, 부여군, 예산군 등 4개 시·군이 15일부터 수렵장을 개장한다. 수렵인들에게는 사냥시즌이 야생 조수들에게는 수난의 계절이 시작된다. 개장에 앞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게 있다. 수렵장은 야생동물의 적정 서식밀도 조절을 위해 연다는 점이다. 순간의 짜릿함을 즐기려 마구잡이로 살상하는 행위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수렵장 개장에 때맞춰 우려되는 것이 밀렵이다. 밀렵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지만 특히 수렵장이 개장하는 이 시기 총기 사용이 허용되는 틈을 타 급격히 늘어난다. 이맘때면 특별단속반이 운영되지만 은밀히 거래되는 야생동물을 보면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해진 장소에서의 수렵은 허용하되 밀렵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허가받은 사냥일지라도 정해진 수렵장의 경계선을 넘어서면 밀렵이다.

멧돼지와 고라니를 잡으라는 총이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겨냥하고, 멧비둘기를 잡으라는 총알이 새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되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천연기념물도, 멸종 위기 동물도 가리지 않는다. 올무, 덫, 독극물, 사냥개 등 온갖 도구까지 동원된다.

대전과 충남도 야생동물관리협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지역에서 적발된 밀렵은 494건에 달한다. 희생된 동물이 2100여 마리에 이른다. 날로 지능화하고 있는 밀렵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상습·전문적 밀렵범에 대해서는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 뱀을 잡아 팔면 700만원을 버는데 단속돼봤자 과태료가 고작 300만원에 그친다면 밀렵이 근절될 리 없다.

적발된 밀렵행위에 대해서는 경중을 가려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최고형을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연사랑·생명존중 의식은 환경단체만의 몫이 아니다. 그릇된 보신 풍조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겠다. 밀렵행위는 생물종 다양성 감소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밀렵은 해서도 안 되고, 모두가 밀렵행위는 신고하는 불침번이 돼야 한다. 야생동물의 삶터인 겨울 산이 끔찍한 밀렵장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