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세포의 반란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세포의 반란

탄생부터 전이까지 메커니즘 담아 암세포, 통제를 거부하다

  • 승인 2012-11-07 14:44
  • 신문게재 2012-11-08 12면
  • 이낙원 백북스 회원이낙원 백북스 회원

저자인 로버트 와인버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부설 화이트헤드 연구소 생물의학 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연구실은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암 유전자발견과 관련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입증, 새로운 암 치료의 전기를 마련했다. 와인버그는 이 연구 업적으로 미국 국가 과학 훈장 등 여러 과학상을 받았다.

▲ 로버트 와인버그 저
▲ 로버트 와인버그 저
흔히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인물들을 일컬어 '암적인 존재'라고 한다. 암세포처럼 스스로의 딸세포만을 만들다가, 즉 욕심을 부리다가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당근, 인간 개체입장에서 볼 때 암세포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전체를 멸망케할 가공의 욕심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급적 초기에, 두말할 것 없이 외과적으로 도려내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화학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먼발치에서 살짝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 이 무지막지한 녀석에게 봐줄만한 점이라도 있는 것일까? 또는 인정어린 눈으로 이해해줄 구석이라도 있는 것일까? 있다! 로버트 와인버그의 세포의 반란은 '암'에 대한 나름 새로운 관점, 구제는 못해주더라도 동정정도는 해 줄만한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

수정란에서 출발한 한 개의 세포는 평생 10의 16승의 딸세포를 형성한다. 10을 열여섯 번 곱한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숫자의 각각의 세포들은 자신의 정해진 역할만을 충실해 수행한다. 이를테면 간이나 심장은 절대 보거나 생각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간도 심장도 볼 수도 있고, 생각할 수도 있는 유전정보가 세포내에 내장되어 있다.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또 못한다. 감정을 이입시켜보자. 이건 참 슬픈 일이다. 전체를 위해 스스로의 행복을 억눌러야 하는 전체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이라고나 할까.

암세포는 아나키스트다. 권력의 통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생식세포에만 주어진 역할이지만 체세포인 자신이 직접 생식한다. 분열하여 딸세포를 만들고 또 만든다. 무엇보다 할 수 있고, 어쩌면 진실로 하고 싶으니까. 생명의 역사 38억년 중 30억년동안의 지구는 단세포생물의 무대였다. 누구나 생식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대였다. 지난 한 과거의 기억이 고스란히 유전자에 담겨 있는 세포에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 가능할까. 자유롭고 싶은 열망을 억누른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우리 몸을 비롯해 수많은 복잡한 생명체들은 다세포생물이 출현한 지난 6억년동안 '그걸' 가능하게 하며 만들어져 왔다. 암덩이는 단 하나의 성공한 아나키스트로부터 출발한다. 10의 16승개의 세포 중 반란에 성공한 하나의 세포가 있다면 그 사람은 평생에 걸쳐 한번 암에 걸리는 것이다. 이것을 염두에 둔다면 수십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으로 수십 년을 살면서 암에 안 걸린다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

세포의 반란에는 암의 형성 메커니즘과 함께 그걸 억제하는 억제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인간이 왜 암에 걸리는가? 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했지만 대답은 다시 엉뚱한 질문으로 바뀐다. 인간이 어떻게 암에 안 걸리고도 수십 년을 살 수 있는가? 참 가능해 보이지 않는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내 몸속의 아나키스트의 본성을 가진 수십조의 세포가 '착한세포'로 매시간 거듭나는 몸의 생리는 신비라고 봐야 한다. 머리로 다 이해할 수 없다. 다세포의 몸뚱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해야 한다.

만일 암에 걸리고도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글쎄 살만큼 산 다음에 걸려도 쉽지 않을 것 이라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죽는 순간까지 감사를 잊지 않고 계셨던 분이 생각난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신데, 위암말기 였지만, 몸 속의 암덩어리를 '모시고 가야지'하셨다. 내가 의대 1학년때 우리병원에서 위암으로 돌아가셨드랬다. 갑자기 돌아가신 연세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찾아보면서 스스로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찾았으니 적는다. 1928년 생이셨고, 1994년에 향년 66세로 돌아가셨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