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국민의 민주주의와 정치 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계속 추락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일이다. 낮은 투표율과 이에 따른 낮은 대표성은 민주정치의 대표성과 신뢰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너도나도 말하는 정치개혁의 핵심은 국민들의 참여이고 그렇다면 여야 정치인들은 투표율 추락을 반전시키는 일부터 해야 하지만 뚜렷한 행동이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실제 기권한 국민은 왜 투표하지 않을까?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선거 기권자들의 사유 조사에 따르면 55.8%가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 한다. 비정규직이나 알바 등으로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현행 투표시간은 1971년에 제정된 기준인데 그 사이 사회구조가 변화하여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늘어났고 직장인들의 업무 시간은 길어졌다. 투표율 하락이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 때문이 아니라 선거권 행사 시간이 제한되어 선거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국민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등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소규모자영업자 등 대체근무자 없이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하는 국민에게도 투표권을 줄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단순하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된다.
실제 영국과 이탈리아는 밤 10시까지,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저녁 8시, 캐나다는 저녁 8시30분까지 투표시간을 정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이 투표시간을 길게 정하여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
국민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 의하면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는 국민이 60~70% 수준에 이른다. 야권후보지지자들의 90%가 찬성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 지지자의 절반에 가까운 43%도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많은 60대에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찬성했지만 50대 유권자조차 투표시간 연장 찬성이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40~50대도 찬성하고 심지어 박근혜 후보 지지자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찬성하는 것이 투표시간 연장이다.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비용 문제도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표소 시간 연장 비용으로 40억 원, 개표시간 연장 비용 8억 원, 부재자 투표소 비용 3억 원으로 총 50억 원 수준이다. 투표시간 연장으로 최소 2.5%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약 100만 명이 더 투표에 참여하는데 50억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대선후보들과 정당들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비용이 900억 원이 넘는다. 유력후보 세 명에게 지원하는 900억원과 최소100만명을 위한 50억 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정말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선거를 위해 지원하는 정당과 후보자 지원금을 줄여서라도 투표시간 연장 비용을 만들 수 있다. 지난 총선 때부터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에 따른 비용은 213억 원이었다. 223만 명의 재외국민 중 12만 명(5.5%)이 등록하고 5만6000명(2.5%)만이 투표한 것에 213억 원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투표시간 3시간 연장에 드는 50억 원은 큰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누가 이기든 높은 투표율의 대표성과 신뢰성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투표 시간 연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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