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0일 영국에서는 보수당-자민당 연합정부의 등록금 인상과 정부교육보조금 폐지 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이후 영국대학들은 올해부터 정부 교육보조금의 80%(39억 파운드) 삭감이라는 심각한 재정문제에 직면하면서 기존의 등록금을 3배가량 인상했다. 특히 과학,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 의학부문 등 이공계 계열의 정부교육보조금은 거의 삭감하지 않는 반면, 인문과 예술, 사회과학 등의 공공보조금은 완전히 폐지시켜 관련 학문 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대학 가운데 공공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대학들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공공재라는 역할을 버리고 경제적 논리의 이익을 위한 시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일부 영국 대학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 삭감은 결국, 대학의 정의를 망각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전지역 대학들도 지난해부터 실시한 정부의 대학평가 주요 지표인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을 내세워 취업률이 낮은 순수학과들을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등 학과 구조 조정 중 이다. 한남대는 2013학년 입학전형부터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는 입학정원을 현재 각각 35명에서 30명으로 5명씩 줄였으며, 경찰행정학과 역시 정원을 55명에서 50명으로 조정했다. 건축학전공(5년제)과 경영정보학과, 컨벤션경영학과 등 3개 학과의 정원은 5명씩 증원했다.
배재대는 2013학년 입학전형부터 음악학부 내 실용음악 전공을 신설했다. 또 현재 20명의 정원인 간호학과 정원을 30명 추가해 모두 50명을 증원한 가운데 비인기 학과 가운데 45명 정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목원대도 2013학년부터 소재디자인공학과를 신소재화학공학과로 변경, 내년 초 전체 학과의 대대적인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다. 현재 정원 2153명을 2000명 수준으로 자체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지난해부터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영국의 시위과 우리나라의 시위는 대학이 갖는 공공성 확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로 인해 본보는 영국 내 가장 규모가 큰 대학 노동조합인 대학연합(The University and College UnionㆍUCU) 부회장 시몬 렌톤 (Simon Renton)를 만나 현재 영국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들어봤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편집자 주>
▲시몬 렌톤 (Simon Renton) 대학연합노조 부회장 인터뷰
▲ 시몬렌톤 부회장 |
▲대학 연합의 가장 큰 성과는 교육자들의 임금 인상이다. 우리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교육의 질은 교육자들과도 관련이 있다. 교육자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임금을 인상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교육 정책에도 관여하는데, 영국 중앙 정부의 영향에 맞서 여러 정책을 만드는데, 혹은 정책이 수립된 이후 개입하고 관여하여 교육 정책의 질을 높인다.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최근의 대학은 '시장'으로 변해버렸다. 이에 따라 학생은 '소비자'로, 대학 교수들의 연구물은 '생산품'으로 취급 받는 시대가 왔다.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의 본 역할을 갖도록 어떻게 노력해야 한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의 비판적인(무엇이 좋고 나쁜지 판단할 수 있는) 사고를 생산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영국의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중앙정부는 교육을 통해 인재를 배출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학사에서 석사로, 그리고 석사에서 박사로 넘어가는 단계들은 다음단계가 쉬워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한 사람의 사고를 더욱 유연하게 도와준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쉽도록 '트레이닝'을 하고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복합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역사학을 전공했다. 현재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역사학은 매우 지루한 구식 학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학생들의 비판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학과 같은) 학문들은 매우 필요하다. 즉,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의 비판적인 사고를 생산해 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복합적인 학문 교육을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대학 지원금을 줄이면서 대학 수업료를 기존의 3배 수준인 연간 최대 9000파운드로 인상을 허용한 결과, 올해 입학 지원자가 7%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학노조의 입장을 말해달라.
▲개인적으로, 내가 대학을 다닐때에 등록금을 3배 인상했다면 나는 아마 대학을 포기했을 것이다. 정부의 등록금 3배 인상과 같은 정책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시장주의의 원칙에 의하면 등록금이 조금씩 오르는 현상은 물가 인상에따라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갑자기 3배나 오르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정부의 잘못된 계산에 따른 등록금 인상은 결국 학생들의 입학 수요를 감소시켰고, 이로인해 몇몇 대학들은 만족하고 몇 몇 대학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유학생 시장 점유율 2위다. 영국이 한 해 외국인 학생(EU 학생 제외)에게서 벌어들이는 등록금 수입만 25억 파운드에 이른다고 알고 있다. 외국인 학생에게 내국인 학생보다 높은 등록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유학생이 영국으로 몰리고 있다.
▲UCU전경. |
▲유학생들이 영국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질에 대한 명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절대 외국인 유학생을 '자본'으로 여기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의 배경을 나누며 공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국제화시대에 당연하고 필수적이며, 건강한 현상이다.
-올해 영국 교육 당국은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낮은 연 등록금 7500파운드(약 1324만원) 수준인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들에 2만 명의 학생 정원을 배정했다. 이에 따라 앵글리아 러스킨대,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노팅햄 트렌트대, 스탠퍼드샤이어대, 브링햄시티대 등이 정원 확대의 수혜를 입었다. 반면 영국의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러셀 그룹 소속 대학들의 정원은 최대 2300명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영국 정부의 방침에 대한 대학노조의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영국정부의 그러한 방침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않는 신생대학과 오래된 대학들을 비슷하게 만들려는 하나의 경향으로 보고있다. 신생대학과 오래된 대학간에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특별히 신생대학과 이미 명성을 얻은 대학간의 모집 충원율 차이는 매우 크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영국 정부는 강한 방법을 정책으로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대학연합이 일반적인 노동조합과 비교할 경우, 다른 점은 무엇인가. 또한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연합과 일반노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성원들이 생겨난 이유와 구성조직의 성격이다. 우리는 직업, 직능별 노조로 수직적인 조직이 아니며, 수평적인 조직이다.
-대학연합이 앞으로 추구해 나갈 이념과 방향을 설명해달라.
▲우리는 조직의 이념을 위해 조직원들이 좀 더 가깝게 연결될 수 있게 노력한다. 브란치 제도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조직구성원들이 좀 더 가까워짐으로 인해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배문숙 기자 moons@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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