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촌로 “학교부정 고발합니다”

부여지역 고교 교사의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편지에 담아 “시정 요구했지만 무시…” 결국 국민권익위에 제보

●독자제보

본사에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부여에 사는 어느 70대 촌로(村老)가 보낸 것이다. 10년 전 귀농해 학교에서 야간 경비 업무를 보던 A 씨의 눈에 비친 교사들의 비도덕적 행태에 관한 얘기다. 내용은 이렇다.

A씨는 부여에 있는 충남발효식품고교에서 근무했다. 이 학교에는 모두 26명의 교사가 있다. 이 중 18명이 근무도 하지 않은 채 2년 가까이 초과근무수당을 챙겼다.

초과근무한 교사는 근무 후 초과근무대장에 자필로 근무 사실을 기재해야 하고 당직근무자인 경비 A 씨는 매일 초과근무 확인대장을 행정실장에게 인계해왔다.

하지만, 부정이 너무 심각했다.

교사 대부분이 퇴근 전에 초과근무확인대장에 기재하거나, 대리로 기재했으며 기계경비 작동시간과 초과근무확인대장의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했다. 말 그대로, 제대로 근무하지 않으면서 초과근무수당을 꼬박꼬박 받은 것이다.

부당 수령을 여러 차례 목격한 A 씨가 당직일지에 사전기재와 대필, 근무시간 조작 등 초과근무 부당 운영사례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무시됐다.

A씨는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하고 호소했지만, 무시와 경멸만 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고 충남교육청은 감사까지 벌였다. 감사 결과,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업무담당자 등 4명은 경고처분을 받았다. 초과근무수당을 부정으로 챙긴 18명의 교사는 주의를 받았고, 3개월간 초과근무를 못하게 했다.

교사 18명이 2년여간 부당하게 받은 수당은 646만8180원(701시간)이다. 가장 많이 받은 교사도 133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금액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 돈을 받기 위해 교사들이 비교육적인 편법을 쓴 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수당을 챙긴 교육자의 비도덕성도 문제지만,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 학교 전체가 초과근무수당 수령의 부정한 방법을 알았으면서도 눈감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감사가 끝난 현재, 주의ㆍ경고처분을 받은 관리자와 교사들은 여전히 해당 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전국 시ㆍ도교육청에서 청렴도가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 충남교육계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결국, 제보한 A씨는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

A씨는 “혈세를 축내고 국고를 좀먹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더 이상 못 보겠다”며 “감사 결과는 용기있는 양심, 살아있는 정의를 실천하는 제보자를 경멸하는 폭거, 그 자체”라고 성토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보자의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비록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에 맞게 징계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해당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은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