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높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물러서 높은 곳에서 땅에 떨어지면 뭉개져 못 쓰게 되는 감 같은 열매들은 긴 장대 끝에 포충망 같은 것을 달아서 만든 감전지 같은 것을 써서 안전하게 따곤 한다. 열매들은 한 번 따내서 말리거나 잘 저장하면 그만이지만 벼나 콩, 참깨, 들깨 등은 베어내어 일정 기간 동안 잘 말린 다음에 낱알을 떨어내야 비로소 수확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다. 낱알을 떠는 데도 그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연장들을 고안하여 사용하였다. 벼 같은 경우는 낱알들을 훑어내는 '훑이'나 벼 이삭을 단단한 바닥에 내리쳐서 떨어내는 '개상'이라는 연장을 썼다. 참깨 같은 경우는 잘 말려서 참깨 꼬투리가 벌어지면 거꾸로 들고 작은 막대기로 톡톡 쳐서 떨어내곤 하였다. 그런데 콩, 밭, 녹두, 들깨 등은 그렇게 하지 못 하였다. 콩이나 들깨 등은 모래가 없는 마당(모래가 있는 경우에는 멍석 등을 깔고)에 한 가득 널어놓고 잘 말린 뒤에 도리깨라는 특수한 연장으로 두드려서 낱알들을 떨어냈다. 이 일을 도리깨질이라 하였다. 도리깨질 할 때는 혼자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각자가 도리깨를 하나씩 들고 마주서서 박자에 맞추어 가면서 도리깨질을 하였다.
도리깨는 어른 키만 한 나무장대 끝을 잘 다듬고 구멍을 뚫은 뒤 돌아갈 수 있는 꼭지를 달고 그 꼭지에 길쭉하고 질긴 나뭇가지를 다듬어 오리발처럼 휘추리를 길게 엮어 만든 도리깨채를 매달아 만든다. 나무장대를 위로 빠르게 올렸다 내려치면 꼭지가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마당에 널어놓은 콩, 팥, 녹두, 들깨 등을 통째로 내려쳐서 낱알들이 깍지를 깨고 나오거나 낱알집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특히 콩의 경우, 충격이 강한 현대 농기구로 떨어내면 얼먹고 깨져서 싹이 트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도리깨질에도 과학 원리가 담겨 있다. 장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면 휘추리채가 달린 꼭지가 돌아가게 되는데 이는 직선(수직)운동을 원운동으로 바꿔주는 크랭크 원리라 할 수 있다. 또한 둘이서 마주보고 호흡을 맞추어 도리깨질을 하면 더욱 효율적이어서 이러한 행동과 배려 정신은 곧 우리 겨레 공동체의 벼리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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