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그런 장독대를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매일같이 닦고 쓸고, 장독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당신 몸을 돌보는 일보다 장독대 관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처럼 보였다. 그깟 된장, 고추장, 간장을 뭐 그리 귀히 여기실까, 난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독대에서 가장 큰 장독 안을 들여다봤다. 까치발을 딛고 어렵사리 들여다본 그 장독 안에는 시커먼 물이 담겨져 있었다. 코를 찌르는 쾨쾨한 냄새에 금세 얼굴이 찌푸려졌다. 기분도 나빴다. 어린 손녀의 호기심을 채워주신 할머니는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는 살며시 뚜껑을 닫으셨다. 그리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를 부엌에서 가져와 장독대에 살며시 올려놨다. 발걸음과 손놀림에 정성이 가득 밴 모습이었다. 시루떡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인 후 그 앞에 정화수 한 그릇을 놓은 할머니는 손을 모으고 무엇인가 열심히 빌기 시작했다. 몸 안으로 파고드는 바람에도 할머니의 뒷모습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대학입학시험(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절이든 교회든 성당에서든. 비록 장소는 다를지라도 촛불 밝히고 두 손 합장한 채 간절히 이들의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세월이 변해도 자식을 위한 어버이 마음만큼은 그대로이다.
단 하루 치르는 시험으로 학창시절의 성실함과 실력을 평가한다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기는 마찬가지다. 올해도 66만8527명의 수험생들과 그 부모들이 가슴 졸이며 그 하루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수험생들에게 지금 해줄 수 있는 말이란 게 있을까. 그저 스스로 흡족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기도해줄 수밖에.
김은주·자료조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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