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기계硏 나노융합산업진흥센터 나노융합산업화촉진단장 |
주요키워드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ivity), 인트라프레너십(Intraprneurship), 빅데이터(Big Data), 디스토피아(Dystophia) 그리고 이들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인재주의(Telentism)다.
반면 과학기술자들은 요즘 융합에 꽂혀 있다. NT, BT, IT를 기반으로 한 타 기술 및 산업과의 융합을 말한다. NT, BT, IT기술은 그 자체가 수평적(횡적)인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타 기술 및 산업과의 융합을 통하여 더욱 큰 효과를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나노기술은 이미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과 융합하여 엄청난 수요와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그 위력의 일부를 경험하게 한바 있다.
나노기술이 세상에 선 보인 것은 1959년 칼텍 교수인 거침없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의해서다. 그는 칼텍이 주최한 물리학회 디너모임에서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는 강연을 통해 최초로 나노기술을 언급하였으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양자의 세계를 세상에 내 놓았다. 그 이후 자칫 미아가 될 뻔한 나노기술은 2000년 클린턴 대통령과 2004년 부시 대통령의 1, 2기 국가나노기술개발계획(NNI) 발표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하게 된다. 또한 미국의 기술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럭스 리서치사에서는 2015년 나노관련 세계시장 규모가 2조5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럽,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선진각국에서도 앞다투어 나노기술에 베팅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 이후 10여년간 정부에서 투자한 나노기술 연구개발비, 인프라 구축, 인력양성 등을 합치면 2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양상이며, 이 주도권을 한치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미국은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의 위력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너진 제조기반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신 제조 전략의 일환으로 나노기술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나노기술을 통해 지구촌의 패권을 더욱 공고히 쥐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
한편 나노를 말할 때, 소위 나노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에릭 드렉슬러 박사와 그의 저서 창조의 엔진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분자엔지니어링을 통해 얻게 되는 무한에너지원 즉 나노기술이 전자, 정보통신, 기계, 화학, 바이오, 에너지 등 거의 모든 산업과 융합하여 인류 문명을 혁명적으로 바꾸게 될 것임을 역설함으로써 미국이 NNI를 발표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나노기술은 산업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를 포함한 세상에게 상상을 초월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을 예고한다. 그러나 그 위험 또한 만만치 않다. 한때 줄기세포가 창조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논쟁이 벌어졌을 때와 비슷하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다보스포럼과 첨단과학 특히 나노기술을 다루는 과학기술자들 간의 이슈는 구조적으로 유사성을 갖고 있다. 다만 기술이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기술을 선택할 것 인가의 문제가 숙제로 남게 되는데. 역시 다보스 포럼이 인재주의(Telentism)로 제시한 것처럼 어떤 선택을 하던 그 바탕에는 휴머니티가 깔려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기술이 세상을 선택하되 그 기술에 대한 안전성을 포함한 위협도 과학기술자들의 몫임을 충분히 알고 행동하면 세상이 기술을 선택하는 것 보다 덜 위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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