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위 종합 질의에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와 관련한 의원들의 계속된 질문에 김 총리는 '대전시와의 합의'만 고집했다. 정부가 먼저 자금을 투자하라는 요구에도 '협의가 우선'이라고 답했다. “여야가 합의해 부지매입 예산을 배정하더라도 정부 입장과 다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도 답했다. 한 마디로 어떻게 해서든 대전시로 하여금 부지매입비 일부를 부담시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벨트를 언급하면서 “대전, 대구·경북, 광주 과학벨트에 8조 원 가까이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의 답변과는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말이 서로 다른 것은 대통령의 의중을 총리가 따르지 못하기 때문인가.
대전시가 부담하지 못하는 사정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발언으로 거의 윽박지르듯 하는 것은 과학벨트 선정부터 지금까지 시종 불편한 행태를 보인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까지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사업이 이미 시작됐는데도 땅 매입비를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실천 계획보다 추진 의지가 오히려 중요한 것이 과학벨트 사업이다. 부지매입비 '0원'이라는 예산 편성이 보여주듯 의도적인 홀대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과학벨트를 더이상 흔들어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년도 보상 계획은 이미 틀어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지금으로서는 차기 정부에 원활한 사업 진행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과학벨트를 미래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으로 보고 책임 있게 추진할 대선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은 주목할 것이다. 최소한 자신이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하는 사례가 두번 다시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과학벨트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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