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분식점에서 일어난 중학생간의 대화다. 같은 학교 학생임에도 A(15)군을 표적으로 한 다른 학생들의 인신공격은 계속됐다. A군의 곁에 있던 학생들도 상황을 즐기 듯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여고 3학년인 B(18)양은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에 대한 험담을 일삼으면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견디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자 B양은 결국 117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언어 폭력이 신체적 폭력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 폭력 신고 중에는 실제로 모욕과 명예훼손ㆍ공갈 등의 언어 폭력 신고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4일 대전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117센터에 지난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7490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으로는 신체 폭행이 가장 많았지만, 지난 5개월간 월별 신고 내용 변화 추이를 보면 언어 폭력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지난 6월 대전과 충남 117센터에 접수된 전체 학교 폭력 신고 849건 중 언어 폭력 신고는 77건으로 전체 신고의 8%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전체 1879건의 학교 폭력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254건의 언어 폭력 신고가 접수되며 그 비중이 전체 신고의 13%로 늘어났다.
절대적인 신고 건수 뿐 아니라 전체 학교 폭력 신고 중 언어 폭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인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까지 전국 117센터에 접수된 학교 폭력 신고는 총 3만 8930건으로, 이 중 언어폭력 신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3.6%(9195건)에 달했다. 언어 폭력 신고만 놓고 보면 지난 1월 65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 9월에는 2381건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찰과 교육당국이 학교 폭력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피해자들이 각종 피해의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언어폭력의 경우, 신체 폭력 등에 비해 증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기도 해 관련 기관들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은경 대전 1388센터 팀장은 “언어폭력은 신체폭력보다 더 지속되고 강도가 세다”면서 “최근에는 SNS와 인터넷 등과 맞물려 폭력의 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인격 존중에 대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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