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개 - 같은', '참 -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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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토크]'개 - 같은', '참 - 같은'

최충식 논설실장

  • 승인 2012-11-04 13:21
  • 신문게재 2012-11-05 21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개1 야생 상태의, 질 떨어지는 ☞개옻, 개꿀, 개오동
개2 정도가 지나친. 엉망진창의 ☞개고생, 개망신, 개꼴, 개판
개3 쓸데없는. 헛된 ☞개꿈, 개죽음.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참꽃만 먹어라, 개꽃은 절대 먹지 마라.” 나이든 세대라면 어른들로부터 한번쯤 들어봤을 걱정이다. 진달래꽃(참꽃) 뒤따라 피는 철쭉꽃(개꽃)과 혼동할까 염려해서였다. 그레이아노톡신 독성이 있는 철쭉꽃은 못 먹는다. 매화, 복숭아꽃, 살구꽃과 참꽃은 봄철 꽃달임의 주재료였고, 가을 이맘때는 국화꽃으로 국화전이나 국화차를 만들었다. 먹기에 좋거나(참나물, 참다래) 쓸 만하면(참숯, 참먹) '참[眞]' 쪽에 줄을 세웠다.

과(科)는 같으면서 화전 부치고 꽃술 담그고 뿌리가 약용인 진달래에 밀려난 철쭉은 개꽃으로 홀대받아야 했다. 개다래, 개박달, 개오동, 개비름, 개옻, 개산초나무, 개질경이, 개쑥갓, 개꿀같이 '개'가 앞서면 맛과 향이 떨어지거나 더 거친 야생 상태라 보면 된다. 반대로 참느릅, 참가시나무, 참개암, 참조팝 등 '참'자 돌림은 볼품이 있고 유익을 준다고 보면 대충은 맞다.

식물계에 편가르는 포지티브(긍정)와 네거티브(부정)에는 배곯은 민족사가 있었다. 품질이 시원찮으면 잡목, 잡초, 잡어로 수시로 전락했다. 서양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고작해야 즙이나 찔끔 쓰이는 레몬이 서양판 빛 좋은 개살구다. '피터, 폴 앤 메리'의 '레몬나무'에는 예의 “참꽃만 먹어라” 풍의 아버지 당부말씀이 나온다. '레몬나무는 매우 예쁘고 레몬꽃은 향기롭다. 하지만 레몬열매는 먹을 수가 없다.' 지혜로운 아버지는 외양만 화려한 사랑을 자녀에게 경계했다.

이것에서 영감을 얻은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레몬시장(레몬마켓)'을 연구해 구매자가 정보에 어두울 때 불량품을 고를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너무 당연한 듯한 정보비대칭이론으로 그는 노벨상까지 받는다. 이제 문제는 우리 대선 정국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 같은 불량 재화(레몬, 개살구)를 택할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유력 후보를 무조건 깎아내리는 '키 큰 양귀비 증후군', 양귀비꽃을 피우려 기를 쓰는 '담쟁이덩굴 증후군'이 맞부딪힌다. 그런데 진영 논리만 있지 개살구 시장화, 레몬 시장화 방지를 위한 합의나 장치는 없어 보인다.

정책과 공약이란 것도 즉흥 대사에 푹 빠진 '애드리브 대선'을 못 말리는 실정이다. '생식기'다 '여성성'이다 하는 비상식적 용어 비틀기, 본질 흐리기가 특징이다. 공공언어는 아니지만 “생식기가 건강해 외롭다”고 선언한 독신 탤런트가 차라리 솔직하다. 애드리브를 줄인 드립, 드립치다, 드립질…. 드립도 과다하면 아이들 신조어로 '개드립', '막장드립'이다. '개'는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한다.

참된 것과 덜 참된 것, 안 참된 것 가리기는 부작용이 따르지만 가치 창출의 효용은 있다. 곤충도 익충과 해충, 새도 익조와 해조로 나누는 한국인에게 '참'대통령 가리기는 공통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개떡 찰떡 분간 못하다가 드라마 '드립'처럼 “개망신에, 개고생에, 막판은 개판” 되기 쉽다. 과일 축에 못 끼는 레몬(개살구) 골라들고 쓸데없이 개꿈 꾼다면 망신도 이런 개망신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막 몰아세울 건 아니다. “원칙(박근혜)이라뇨? 마음(안철수)은 뭐죠? 사람(문재인)이 먼저지 그러면 개가 먼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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