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논산시장이 1일 “그림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한 ‘장기적인 기호유교문화권 종합 개발 사업’은 산재된 유교문화 자원 활용 측면만 봐도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충청권은 김장생, 김집, 송시열, 송준길, 최익현, 이유태, 윤증 등 수많은 학자가 배출된 곳이다. 특화된 인적·물적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업 전개의 정당성도 있다.
다만 조선 성리학의 큰 줄기인 기호문화권의 현대적인 계승을 위한 밑그림은 아직 그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 영남유교문화권 개발에 2조원을 투입했으니 기호문화권 개발도 해야 한다는 논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기호문화자원은 논산만이 아닌 대전(대덕), 금산 등 지자체와도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일이다.
기호유학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 꽃피운 만큼 단일한 브랜드로 묶을 수 있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 통합된 연계 협력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논산에 돈암서원과 윤증고택, 대전에는 동춘당과 남간정사 등 유교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기호유학에서 논산의 김장생과 김집, 회덕의 송시열과 송준길을 분리할 수 없다. 특정인이 특정지역에서만 꽃피운 게 아니다. 충청권 지자체가 공동으로 구체적 추진 방안과 지역 연계사업에 대해 논의해야 할 이유다.
영남유교는 10년에 걸친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 개발을 거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충청권의 여러 지역에 걸친 유교문화권 개발도 승산이 있다. 부수적으로 충절과 선비의 고장이라는 정체성까지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논산에 비해 필요성을 덜 느끼는 다른 지자체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미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대전, 충남, 세종, 그리고 옥천 등 충북을 포함한 사업의 광역화를 토대로 지원 논리를 펴는 게 전제돼야 할 사업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입안 단계부터 기호유교문화 자원을 공동 발굴한다는 자세로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래지향적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국책사업 버금가는 국가적 관심과 지원도 요구된다. 영남이 했으니 하자는 식이 아니라, 사업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일 것이다. 기호유교문화권은 충청권이 같이 그려가야 할 그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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