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학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
이 두 작품에서의 주인공인 '왕'은 모든 백성과 자유롭게 소통하고자 자치와 애민에 스스로를 희생했던 '소통의 리더'였으며, 주권 국가로서 현실정치에 대한 판타지를 적정하게 반영한 '혁신적인 지도자' 라는 것에서 그 모습이 흡사하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렇게 리더십의 기본은 소통이며 소통의 기본은 말과 문자에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은 현재 우리문화의 근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한지적공사도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6월 국립국어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다. 최상의 대국민서비스 제공과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국어사용능력의 향상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한글 반포 566돌이 되는 지난 10월 9일, 한글학회는 한글회관 얼말글교육관에서 '2012 주시경 학술상'에 일본 국제교양대학 노마 히데키 교수를 선정하여 시상했다. 그는 일본의 한국어 학자로서 2010년에 '한글의 탄생'을 출판해 일본전역에 기록적인 판매부수를 달성하였으며, 제 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수상과 함께 일본도서관협회 선정도서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저서에서 한글의 탄생을 동아시아 문화의 역사 속에서 일대의 대사건이었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의 성덕과 위업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일이 바로 '한글날'이다. 1926년 최초 한글날의 전신인 '가갸날'은 1928년 주시경 선생에 의해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의 한글날은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그 말문(末文)에 적힌 '正通十一年九月上漢'에 근거하여 1945년에 10월 9일로 최종 확정함과 동시에 공휴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휴일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1991년 국군의 날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 뒤로 한글 관련 단체의 지속적인 요구로 마침내 2005년 국경일로 승격 되었으나 결국 휴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국경일은 말 그대로 '국가가 법률로 정한 경사스러운 날'이다. 휴일이 많아 경제 발전과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 된 것은 이미 22년 전의 결정이다. 스마트 워크가 대세를 이루는 첨단 디지털 시대인 요즘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처사인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보고서 '한국 고용의 현주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최고수준으로 조사된 반면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은 중간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러 사실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글날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10월 9일을 한글날로 인지하고 있는 성인은 겨우 64%에 불과했으며, 특히 한글날의 공휴일 혜택을 받지 못한 20대의 경우 그 인지율은 불과 32.7%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 전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글날공휴일추진범국민연합회'가 추진하는 한글날 공휴일 지지청원에 서명했다고 언론은 밝혔다. 이는 한글의 가치를 기리고 세계인과 소통하기위해 문화국경일로서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논리와 공감대는 단순히 쉬는 날을 하루 더 늘린다는 협소한 뜻이 아니다. 온·오프라인 상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무분별한 외래문화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한글을 대신해 일상어가 되는 요즘,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은 단순한 법정 공휴일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련 기관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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