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산의 경관
봉수산에 봉수대도 있었기 때문에 봉화를 뜻하는 봉수산(烽燧山)으로 알지만 여기 봉수산(鳳首山)은 봉의 머리를 뜻한다. 거기에 아름답다는 뜻도 들어있다. 봉수산은 평범한 산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우리나라 지형에서 서해에 가까운 예산과 홍성의 경계 언저리에 표고 500m에 가까운 484m의 산은 그리 흔하지 않고 여러 가지 유적 등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가족산행에도 좋고 자녀교육과 역사 관광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임이 분명하다. 봉수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산이다. 바위가 적어서 기암괴봉은 없으나 숲이 좋고 흙으로 된 산이기 때문에 편안하며 오솔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 그리 높지 않고 산자락에 마을들이 많지만 숲이 짙어서 길 아닌 곳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산이다. 이 숲을 바탕으로 시설좋은 휴양림이 만들어져 있다. 봉수산이 무엇보다 좋은 것은 동쪽으로 넓게 자리잡고 있는 예당저수지다. 바다처럼 넓지는 않지만 꽤 큰 호수가 봉수산과 잘 어울린다. 근처에는 예당관광지도 조성되어 있다.
임존성 안의 억새밭도 꽤 넓다. 가을에 성을 따라 걸으면 호수와 숲과 어울려 있는 성이 매우 색다른 느낌을 준다. 성과 억새밭에는 옛날부터 알려져 있는 샘(백제 임존성 청수)도 있고 조망이 좋은 장수바위도 있다.이 장수바위의 남쪽이 억새밭과 성 등으로 확 트여 있어 조망이 좋다. 그래서 장수바위가 사실상 주봉 노릇을 하고 있다. 상봉은 이 성터에서 내려섰다가 올라간 곳에 있으나 조망이 별로 좋지 않다. 오히려 상봉에서 큰비티고개 쪽으로 내려선 삼거리(휴양림 길)소나무가 좋고 넓어 쉬기에 좋다.
▲봉수산과 임존성
봉수산의 임존성은 한산의 주류성과 함께 백제 멸망의 과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임존성은 사적 제90호로 백제 유민의 충혼이 서려 있는 곳이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자 복신(무왕의 조카이며 의자왕의 동생)은 임존성에서 마지막 항전을 했고 백제가 망하자 도침(중)흑치상지(장군)등과 일본에서 왕자 풍을 모셔오고 왜병 5000여 명을 끌어와 임존성을 근거로 백제 부흥운동을 펼쳤다. 한 때는 사비성까지 쳐들어가 당나라 장군 유인원을 공격해서 큰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복신은 도침을 죽이고 풍은 복신을 죽이는 등 내분이 일어나 결국 부흥운동은 실패하고 말았다. 임존성은 백제가 고구려의 침입에 대비하여 쌓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성만, 이순 형제의 우애를 기린 '효제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임존성 이야기가 있지만 특별히 이성만, 이순 형제의 이야기도 써있다. 그 내용은 '성만이 그 아우 순과 더불어 효성이 지극했다. 부모가 죽으매 성만은 아버지의 묘를 지키고 순은 어머니의 묘를 지키면서 각각 애통하고 공경하며 삼가기를 다하였다. 3년의 복제를 마치고는 아침에는 아우가 형의 집으로 가고 저녁에는 형이 아우의 집을 찾았으며 한 가지 음식이 생겨도 서로 모여 만나지 않으면 서로 먹지 않았다. 이 사실이 임금에 보고되어 정문을 세워 표창하였다'고 되어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바와 같이 추수를 하고 나면 형제가 서로의 형편을 걱정하여 밤에 서로 몰래 볏가마를 가져다 놓았다는 내용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없다. 그러나 전하는 이야기에서는 볏가마를 서로 가져다 놓았다 하며 대흥면사무소 정문 앞에 있는 조형물도 양편에서 형제가 서로 상대편을 향하여 볏가마를 지게에 지고 또는 들고 가는 모습으로 되어 있다.
예산 소개 책자에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대흥호장 이성만, 이순 형제가……'로 되어 있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내용과는 다르다. 동양 윤리의 기본인 효도와 형제우애를 실천으로 보여주었던 이성만 형제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느껴보게 하는 것은 귀한 교육이 될 수 있다. 그 밖에 묘순과 묘덕이의 슬픈 이야기가 '묘순이 바위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고 옛 대흥관아 건물 대흥향교 건물 대원군의 척화비 그밖에 예당관광단지 등 봉수산 자락에는 이야기와 볼거리가 많다.
동산리에서 임존성으로 올라가는 길가 봉수산 중턱에 있는 대련사는 유서 깊은 절이다. 의자왕 16년(656년)에 백제 부흥운동의 주역 중 한사람이었던 도침 스님과 의각 스님이 창건했다는 이 절은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임존성 안에 연당(연꽃 연못)ㆍ연정(연꽃 샘)이 있어서 대련사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다.
▲ 반드시 챙겨봐야 할 대흥면 면사무소 앞의 '의좋은 형제상'<왼쪽>과 '대흥관아'. |
임존성 장군바위 청수 그리고 효제비
임존성이 일부 복원되어 있다. 백제 부흥군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며 임존성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장군바위에 서보고 옛날 백제 부흥군이 마셨던 샘물(청수)도 마셔보고 성 안에 가득한 억새를 보며 부흥군의 병사를 생각해 보는 것은 훌륭한 현장학습이 될 것이다. 대흥면 면사무소 앞에 있는 '의좋은 형제' 상도 반드시 챙겨보아야 한다.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게 요즈음의 각박한 세상을 빗대어 설명해주는 것은 산 교육이 될 것이다.
동산리에서 시작하여 '의좋은 형제'상에서 끝낸 봉수산 산행
유성해향군인회 산악회(봉사단체, 회장 엄은영) 회원들과 봉수산 산행을 했다. 재향군인회의 선입관과는 달리 회장이 여성이며 회원도 여성이 많아 옷들도 화사하고 웃음도 많아 분위기가 봄날처럼 부드러웠다. 우리는 동산리 마을회관 앞에서 차를 내려 대련사 안내 표지판을 보며 넓은 길로 대련사를 향해 올랐다. 대련사는 작은 절로 옆을 지나는 길에서 잘 내려다 보였다. 대련사에서부터 좁아진 길은 숲 속으로 이어졌다. 한참을 오르니 임존성이 보이며 시야가 넓어졌다. 성위를 걸으며 샘도 보고 장군바위도 거쳤다. 성을 지나 다시 숲속 길에 들어서서 작은 잘록이를 지나면 봉수산의 고스락에 이른다. 여기서 길은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과 큰비티고개 길로 갈라진다. 우리는 여기 고스락의 큰 나무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행동무에 여자가 많으면 점심 반찬이 푸짐하다. 둘러 앉아 각자의 찬을 풀어 놓으면 잘 마련된 뷔페 식당 못지않게 걸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과일과 커피로 후식까지 챙기고 나서 큰비티고개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 길도 한 토막은 묘한 바위들이 더러 있어 심심치 않았다. 큰비티고개에 이르면 산행은 거의 끝난다. 자동차 길이 시작되고 전답 사이로 길이 이어지다 면사무소가 있는 호수가의 큰 마을에 닿는다. 여기서 '의좋은 형제' 상을 보고 대흥관아를 둘러보면 산행은 끝난다.
●산행길잡이
산 길
고스락을 중심으로 세 갈래의 길이 있다. 어느 길로 가던 임존성과 장군바위는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동산리에서 시작해 대련사에 들르고 임존성과 장군바위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휴양림 길과 큰비티재 길은 하산길로 해야 한다.
1) 대련사 산성 길:동산리 마을회관~대련사~임존성~장군바위~장군바위 삼거리~고스락 (약 1 시간 30분)
2) 휴양림 길:면사무소~큰비티고개 갈림길~휴양림~고스락 (약 1 시간 30분)
3) 큰 비티재 길:면사무소-휴양림 갈림길-큰비티고개~(등성이 길)~고스락 (약 2 시간)
교 통
예산이 거점이 된다. 예산에서 30~40분 간격으로 대흥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고 예산, 청양 사이를 오가는 직행버스 가운데 대흥을 거치는 버스가 15~20분 간격으로 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다.
관광버스 승용차:예산이나 홍성에서 21번 국도를 타고 가다 예산 쪽에서는 응봉에서 619번 지방도로로 홍성 쪽에서는 배양에서 616번 지방도로로 들어서면 대흥으로 가게 된다. 청양으로 가는 것이 편리한 남쪽 지방에서는 청양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홍성으로 가다 광시면에서 619번 지방도에 들어서면 바로 예당호반의 대흥에 이른다. 대전 호남 등 공주가 가까운 지방에서는 공주에서 32번 국도를 타고 이름난 차동고개를 넘으면 바로 신양(예산군)이다. 신양에서 616번 지방도를 타면 곧 예당호반의 대흥에 이른다.
조 망
북→금오산 관모봉 안락산 봉수산 광덕산 천방산 극정봉 금계산 국사봉 갈미봉
동→무성산 천불산 천봉 국사봉 법산 대덕봉 문박산 남산 축융봉
남→천마봉 백월산 성주산 오서산 아차산
서→일월산 도비산 삼준산 연암산 용봉산 수덕산 가야산
●김홍주 소산(素山)산행문화연구소장은?
1932년 금산 출생. 42년간 교단에 서오다 1997년 퇴직한 뒤 산행문화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산행을 주제로 한 저술활동으로 '한밭 그 언저리의 산들', '한국 51 명산록', '조망의 즐거움', '산행문화와 웰빙 라이프'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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