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에 척추후만증 진단 '물의'

천안 안서동 의원서 오진… 엑스레이 촬영 등 유산 가능성 '의사는 발뺌'

천안지역 내 한 의원이 내과 치료를 해야 할 환자에게 외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수백만원씩 요구하거나 환자에 대한 오진으로 유산 위험에 빠지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피해자 부모 이모(48)씨는 자신의 딸 이모(20·대학생)양이 지난 6월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A의원을 내원했다가 오진 탓에 유산위기에 처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 양은 헛구역질이 나오고 생리불순이 3개월이 다 돼 임신을 의심하고 A의원을 찾았지만 K의사는 상세불명의 척추후만증이라고 진단했다.

상담일지에도 K의사는 이 양이 배가 더부룩하고 헛구역질이 나오며 어지럼증과 소화불량, 몸살, 석달간 생리불순이라고 기재했지만, 비정상적인 척추로 인해 생길 수 있다며 이 양에게 수기치료를 권했다.

척추후만증은 척추를 옆에서 바라봤을 때 정상적인 모양이 아닌 목과 허리 쪽에서 변형을 보이는 증상으로 의원 측은 경추와 흉추, 요추 각 2매씩 엑스레이까지 찍었다.

당시 임신 11주였던 이양은 자신이 임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했지만, 자신의 건강 악화를 우려해 K의사의 권유대로 부모와 함께 내원했다.

이씨는 “척추를 교정하기 위해 수기 치료가 필요하다”며 “1회 10만원씩 100회(1000만원)가 필요하지만 50% 할인해 5만원씩 500만원만 내면 고칠 수 있다고 해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하혈도 생리로 알고 지낸 이 양은 10월 초가 돼서야 다른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알았고 그간 고된 아르바이트와 음주, 엑스레이촬영 탓에 유산과 기형아 출산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또 다른 박모(19·대학생)양은 지난 6월 역류성 식도염과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기관지염 등으로 고생하다가 A의원을 찾았다.

박 양 역시 K의사는 상세불명의 척추증과 급성 기관지염이라며 이양과 같은 방식으로 엑스레이까지 찍은 뒤 500만원짜리 수기치료를 권했다.

이밖에 다른 대학생들도 K의사로부터 같은 진단을 받는 등 엉터리 진료라며 비난하고 있다.

피해자 이씨 부모는 “3개월 전 딸과 사귀던 남자친구의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겠다고 말했지만, 엑스레이촬영과 과로 등으로 인해 현재는 태아가 잘못될 수 있어 발뺌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건당국이 나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

K의사는 “피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피해자들이 변호사를 대동해 법에 호소하면 될 것”며 “제가 얘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김한준 기자 hjkim7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