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생물다양성의 감소 원인으로 토양 산성화, 난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축적량 증가, 기온 상승 등을 지목해온 게 대부분이었다. 농업과 생태계의 상관관계는 별도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과다한 농약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균형 파괴가 거의 전부였고 친환경농업도 먹거리 안전이라는 계도적 차원에 주로 머물렀다.
근대적 화학농업에 대한 반성이 전제된 것은 더구나 아니었다. 조류, 양서류, 파충류 등의 개체군 감소는 그다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코스모스와 같은 동반식물을 심어 익충인 나비와 벌을 유인하는 방법 역시 연구 차원에 머물렀다. 이번 연구에 나오는 박쥐, 거미 등 천적을 이용한 해충 제어 시스템은 생태공학을 활용하는 수준이다.
현실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적용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OECD 농약 사용량 1위가 말해주듯 우리도 이제 생태계와 공존하는 농업을 ‘실천’할 때가 됐다. 대체농약인 생물농약 사용만 하더라도 농업에 대한 우선순위, 영농방법만이 아닌 인식·철학의 변화까지 요구된다. 예를 들면 자운영 등의 녹비작물로 완전히 대체하려면 지역 단위 자원순환형 농업 시스템을 만들어야 실현될지 모른다.
농작물의 다양성, 유기농업, 자연농법은 종 다양성 유지의 유력한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면서도 전체 생태계에서 보면 이 역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농약과 화학비료 저감 노력은 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예산이 수반되는 부분, 예컨대 벼멸구의 천적 서식에 유리한 적극적인 논 생태계 환경 조성은 지원 없이는 안 된다.
전문가가 잘 짚어준 생태계를 생각하는 거시적 농업활동은 사실 농민 자력으로 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농업과 생태계의 공존을 통한 지역 환경 개선, 농작물 다양성, 생물다양성 회복이 곧 국가적 자산이라는 인식에 눈떠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절대 부족한 것은 예산이다.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보조금 사업을 시작한 유럽과 일본의 예를 도입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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