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현실의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하는 기존의 실증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용어는 정치인들이 현재의 양극화가 심화된 경제를 좀 더 분배가 강화된 공평한 경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각된 용어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광의적으로 넓게 해석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소득계층간, 대중소기업간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격차가 심해지는 문제를 해결하여 보다 균등한 부의 분배를 이루고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근간이 되는 내용은 정부가 조세수단을 활용하여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와 부당한 거래를 차단하고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좁은 범위의 협의적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그 대상은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과 재벌의 순환출자 해소 등과 같은 재벌개혁을 말하고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정치적 측면에서 국민 개개인이 주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 정치적인 민주화라고 한다면 그 상대적 개념은 정치적인 독재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의 대상은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을 개혁해 경제주권을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현재 한국의 재벌과 대기업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 지를 이해해야지만 이를 개선하여 경제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다. 재벌과 대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힘을 행사하는 것은 거래 관계에서 약자인 중소하청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등 부당한 거래, 유통업 및 빵집 등 문어발식 확장을 통한 중소기업 업종 진출 등이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비민주적 행위다.
사실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중소기업의 착취와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침범은 현행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등을 통해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이러한 제도가 재벌과 대기업의 횡포를 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어, 세 명의 대통령 후보에게 보다 더 강력한 재벌과 대기업 규제 내지는 재벌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 세 명의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는 구체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과 재벌의 순환출자 해소 등 강력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 근방으로 추락하고 있고, 세계경제도 침체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으로서는 환율이 급락하고 있고 주요 교역 파트너인 중국,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의 경기침체가 악화되고 있어 대외적인 측면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적으로도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로 내수를 살리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에 직면하여 차기 정권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쏟기에도 벅찰 것이다. 만약,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과 재벌의 순환출자 해소 등을 추진한다면 재벌과 대기업은 갖고 있는 돈과 정력을 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에 쓰기 보다는 지분확충 등 기업 지키기에 집중할 것이고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침체가 심해지고, 실업은 늘어나면서 곧바로 비난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쏟아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어느 후보가 제시하는 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도 747 공약을 내걸면서 국민을 현혹시켜 당선 되었지만 747 공약은 목표치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국민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후보 보다는 이번에는 속지말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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