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20년이 흐른 현재 다시 탄탄한 연기력과 신뢰받는 훌륭한 배우로 당당히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대전에서 활동하기엔 저의 목적달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작정 서울 대학로로 상경했다”며 “연극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없어 힘들었지만 견뎌야 한다, 버틸 수밖에 없다는 굳은 마음을 먹고 연극활동에만 매진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신뢰받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진실을 주장하기 때문에 민중의 적이 되어버린 '토머스 스토크만' 역을 연기한다. 언론의 모습, 민중의 모습, 관료의 모습 등을 통해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진실을 갖고 있는 자는 항상 외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토머스 스토크만은 가까운 미래에 다소 경제적인 어려움을 줄지라도 좀 더 긴 미래를 보면 고쳐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며 “힘과 진실의 싸움, 항상 다수가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극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공연을 설명했다. 이번 연극에 대해 그는 무겁고 힘든 연극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극임을 자신했다.
남씨는 “자칫 제목이 민중의 적이라 하면 무겁고 어려운 극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시대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했다. 남씨는 배우로 데뷔하기 전까지 줄곧 지역에서 살아온 대전 토박이다. 대학 동아리 연극 공연을 접하고 배우를 꿈꾼 그는 지역에서 한 극단의 대표를 맡으며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로 상경한 뒤 지역 극단 대표를 맡아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뒤따라 대전의 모든 활동을 접고 본격적인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이 때문에 현재 지역 극단들의 어려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어려움이 때때로 닥친다 할지라도 멀리 봤으면 좋겠다”며 “배우라는 일은 몸이 움직이고 말을 할 수 있고 기억력이 있으면 그 언젠가 자기의 가치를 알아주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망하지 말고 길게 보고 묵묵히 건뎌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ㆍ7시, 일요일 오후 3시.
'인형의 집', '유령' 등 입센의 4대 문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민중의 적'은 집단 이기주의와 그에 맞서 싸우는 한 사람의 정의와 다수결원칙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의 허점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익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거대 언론 매체의 언론조작, 이를 활용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인, 키보드 위 손놀림만으로 한 사람을 공격하는 다수의 네티즌과 같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이 바로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노르웨이 한 작은 마을의 의사 토머스 스토크만은 지역발전을 위해 온천 개발 아이디어를 낸다. 그러나 온천수가 오염된 사실을 발견하고는 개발계획의 변경을 주장한다. 한편 온천 개발에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한 지역주민들은 스토크만 박사의 발견이 미칠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여 진실에 눈을 감으려 한다.
시장인 페텔 스토크만은 권력을 앞세워 올바른 시민이자 과학자로서 펼치는 양심적 주장을 막으려 하고, 동생인 토머스 스토크만 박사를 설득하여 주장을 번복하라고 다그친다. 그럼에도 스토크만 박사가 진실을 밝히려 하자, 투자 이득과 개발 이익을 얻으려는 유지들과 온천개발로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은 대중을 동원하여 스토크만 박사를 '민중의 적'으로 낙인찍는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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