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성에게 적용된 죄명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으로, 판결은 촬영된 여성의 신체부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에서 엇갈렸다.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송인혁)는 30일 병원에서 근무 중인 여직원의 엉덩이와 다리를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 형의 선고를 유예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촬용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엉덩이와 치마 아래 무릎 이하 다리 부위지만, 피고인의 촬영 의도와 경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항의한 점, 치마를 입은 피해자의 하반신 뒷모습을 중점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비난받아 마땅하나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행위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촬영된 신체 부위가 치마를 입은 여성의 일반적 뒷모습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부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신체 부위의 촬영에 대해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유죄를 인정한 구체적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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